'소나무언덕'으로 변해가는 '바람의언덕'
'소나무언덕'으로 변해가는 '바람의언덕'
  • 백승태 기자
  • 승인 2021.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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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뜯어먹던 염소 사라지자 소나무가 점령
6~7년 전부터 1만여평 중 2000여평 잠식 계속
공원구역이라 베지도 못하고 주민들만 속앓이
거제구경중 하나이면서 이국적인 모습으로 거제의 대표 관광지로 뽑히고 있는 남부면 도장포 '바람의언덕'이 방목하던 염소가 사라지면서 소나무숲으로 변해가고 있다. 또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내에 있어 거제시가 맘대로 소나무를 제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2006년 7월에 찍은 바람의언덕. /사진제공: 자연의벗 대표 김영춘
거제구경중 하나이면서 이국적인 모습으로 거제의 대표 관광지로 뽑히고 있는 남부면 도장포 '바람의언덕'이 방목하던 염소가 사라지면서 소나무숲으로 변해가고 있다. 또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내에 있어 거제시가 맘대로 소나무를 제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2006년 7월에 찍은 바람의언덕. /사진제공: 거제자연의벗 대표 김영춘

거제9경중 하나로 '한국관광 100선'에 3년 연속 선정된 남부면 '바람의언덕'이 소나무의 습격으로 경관이 훼손되면서 존립에 문제가 생겼다.

바람의언덕 전 지역에 넓게 자생하던 잔디가 하나둘 싹을 틔운 소나무의 역습으로 '바람의언덕'이 아니라 '소나무언덕'으로 변모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코발트색 바다빛과 아름답고 탁 트인 주변 풍광을 자랑하는 바람의언덕은 누구나 찾고 싶은 '한국관광 100선'에 연속으로 뽑히며 거제 최고의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잔디가 자라던 언덕을 소나무가 시나브로 점령하면서 본래 경관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거제자연의벗 김영춘 대표에 따르면 5~6년생 소나무(높이 2~4m)가 곳곳에 자라나 전체 면적 1만여평 중 2000여평이 잠식됐고, 또 어린 새싹 소나무도 해마가 늘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수년전부터 소나무를 제거하지 않으면 소나무 자생이 급속도로 확산돼 '바람의언덕' 의 핵심이 잔디와 자연경관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바람의언덕은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이어서 함부로 소나무를 베어내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소나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거제시가 소나무를 제거하려 해도 지주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 지주와의 토지이용(건축물 허가 관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태다.

2005년 7월에 찍은 바람의언덕에 방목하던 염소떼들.   /사진제공 : 자연의벗 대표 김영춘
2005년 7월에 찍은 바람의언덕에 방목하던 염소떼들. /사진제공 : 자연의벗 대표 김영춘

주민들은 소나무 제거를 위한 거제시의 발빠른 대처를 촉구하고 있으나 행정의 미온적 대처로 해가 갈수록 소나무는 범위를 넓히며 자라나고 있다.

바람의언덕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소나무를 제거하는 방안을 거제시와 환경부가 협의해야 한다는 게 주민과 관광객들의 한목소리다.

바람의언덕이 유명해진 것은 언덕에서 바라보는 해안절경과 탁 트인 조망권 때문이다. 또 주변 소나무숲과 달리 넓은 잔디언덕과 막힘없는 전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이 언덕에 방목하던 염소 덕분이다. 염소들이 어린 새싹을 뜯어먹음으로써 소나무가 자라는 걸 막아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수년전부터 염소 방목이 금지되고 소나무 싹을 뜯어 먹는 염소가 사라지면서 대신 소나무가 자생면적을 넓혀가고 있다.

김영춘 대표는 "평범한 소나무 숲으로 변한 바람의언덕은 빼어난 풍광과 명성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며 "소나무의 확장세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수년내 조망권도 함께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거제시와 한려해상국립공원 관리공단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소나무가 늘어나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현재로선 소나무 제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지난 4일에 찍은 바람의언덕의 모습으로 서서히 소나무숲으로 변해하고 있다.
지난 4일에 찍은 바람의언덕의 모습으로 서서히 소나무숲으로 변해하고 있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소나무 증가에 대한 생태계 변화와 이로 인한 영향 및 피해정도를 분석한 전문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공원의 소나무를 제거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시 관계자는 "생태환경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시 산림녹지과·토지주 등이 협의해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에 지역주민 A씨는 "바람의언덕에 소나무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데도 공원 관리공단과 행정은 손을 놓고 있고, 바람의언덕 풍광이 평범한 야산으로 변해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지금이라도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수년 내로 조망권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거제해금강으로 향하는 길목, 거제9경중 한 곳인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 바람의언덕은 한국관광 100선·경남관광 8선에 포함돼 연간 수백만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명소다.

한편 바람의언덕은 거제의 대표 관광지로,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에 속한다. 언덕 위에서 보이는 바다풍경이 이국적인 분위기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최고로 인기있는 관광지다.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과 관련 거제시는 바람의언덕에 대한 다양한 관광 홍보 활동으로 코로나19로 침체된 관광산업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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