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墓)
무덤(墓)
  • 거제신문
  • 승인 200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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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曹操)는 자기가 죽기 전에 도굴이 두려워 의붓자식을 불러 지시한다.

내가 죽거든 무덤 72분(墳)을 만들고 그 중에 네만 아는 어느 한 곳에 나를 묻어라. 그리고 너는 장례를 지낼 때 반드시 붉은 두루마기를 입어라 한다.

그리고 직손인 조비에게는 죽은 뒤 개봉하라는 편지 한 장을 남기는 데 거기에는 장례식 때 붉은 두루마기를 입은 자를 죽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조조의 무덤은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게 되는데 이를 칠십이의총(七十二疑塚)이라 한다.

누구나 죽고 나면 마치 잘 생긴 조선백자 사발을 엎어 놓은 듯한 무덤 하나 갖고 싶어 할 것이다. 좋은 무덤은 후손이 발복(發福)한다는 풍수사상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본래부터 우리 민족은 매장이 중요한 장례문화였다.

거기에 비하면 일본사람들은 화장문화권이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로 일본은 동네 가운데 무덤(納骨堂)있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고, 일본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산과 들에 무덤이 많은 것을 보고 신기해한다.

매장이냐 화장이냐 하는 것은 지질학적 구조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땅은 산성으로 매장을 해도 쉽게 부패하지만, 일본이나 인도는 강알칼리성 땅이기 때문에 매장이 쉽지 않다. 일본에 목조건물이 많은 것도 나무가 쉽게 썩지 않기 때문이다.

본래 무덤이란 쓰고 나면 쉽게 형체가 살아져야 명당이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면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바른 이치다. 그러나 효율적 입장에서 볼 때 우리 무덤은 땅의 손실이 너무 크다.

100년이 넘으면 죽은 자의 집을 허물어도 허물이 되지 않는 문화적 공감대가 없다면 매장은 좁은 땅에서 권장할 일이 못된다.

그렇다면 나무 아래 화장한 분골(粉骨)을 묻는 수목장(樹木葬)이나, 화초 또는 잔디 아래에 분골을 묻는 자연장(自然葬)이 미래의 무덤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관련 법규가 없어 기존의 묘지로 허가된 곳에서만 가능했던 수목장이 5월 말부터는 합법화된다고 하니 수목장이나 자연장이 매장이나 납골당보다 훨씬 신선해 보인다.(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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