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내량 미역은 자연이 내린 축복입니다”
“견내량 미역은 자연이 내린 축복입니다”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8.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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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 사등 광리마을 어촌계장

“견내량에서 채취되는 미역은 깊은 수심과 자연 암반, 빠른 조류와 청정해역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사등면 광리마을 어촌계장인 이민성씨(59).
광리마을 토박이인 그에게 미역은 자신의 삶과 함께 해 온 동반자와 마찬가지다.

나이 예순을 바라보는 이씨가 미역을 채취해 온지도 벌써 30여년. 경력이 말해주 듯 이제는 미역 색깔과 냄새만 맡아도 그 미역의 품질이 어떤지 알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는 그는 견내량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일반인들이 부산 기장미역을 최고로 치지만 품질만으로 따지면 견내량 미역이 훨씬 우수하다고 강조한 이씨는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7~8m에 이르는 깊은 수심에서 채취되는 미역은 전국을 찾아봐도 몇 군데가 없고 바닥층의 자연암반에 미역포자가 부착되면 견내량의 빠른 조류를 견디며 청정해역에서 성장, 그 맛과 영양을 비할 데가 없다는 것이다.

또 미역을 말릴 때도 햇볕과 해풍을 맞으며 자연 건조를 시키고 있어 기계로 건조한 제품과는 품질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씨는 “고추도 햇볕에 말린 태양초 고추와 기계식 건조 고추의 품질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듯이 미역도 마찬가지”라면서 “자연의 에너지를 받아 성장하고 자연의 품에서 건조된 견내량 미역이야 말로 최고의 웰빙식품”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견내량 미역이 채취되는 시기는 4월말에서 5월 말까지 한 달 남짓. 그동안에는 하루 평균 3번 정도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다. 한 번 나갈 때마다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채취 방법은 옛날 방식과 변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배를 타고 채취 장소에 다다르면 트렛대를 이용해 미역을 딴다고 한다.

튼튼하고 가벼운 대나무로 만드는 트렛대는 길이가 무려 8m 가량. 트렛대의 아래쪽 끝부분에는 십자가 모양의 빗살을 단 트렛통이 달려있어 깊은 수심에서도 미역을 딸 수 있도록 돼 있고 위쪽에는 트렛통을 돌릴 수 있는 트렛손이 만들어져 있다.

그는 “트렛대를 이용한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나는 시기가 되면 기계를 이용해 바닥을 훑으며 마지막 미역을 채취한다”고 말했다.

미역 채취방식은 지난날과 별 다를 바가 없지만 미역을 선별하고 말리는 과정은 훨씬 수월해 졌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흙밭과 모래밭에 짚을 깔아 말리던 것이 물양장이 들어서면서 더욱 깨끗한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광리마을 주민들이 채취하는 물미역은 약 다섯단. 물미역 한단의 무게가 40㎏가량임을 감안하면 하루 200㎏의 미역이 채취되고 있는 셈이다.

미역의 채취에서 건조까지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는 견내량 미역은 아직까지 정확한 판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인척의 도움과 견내량 미역을 알고 주문하는 고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적극적인 홍보와 판로개척이 무엇보다 아쉬운 점이지만 열악한 어촌계 여건으로는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씨는 “인근 통영에서는 시장이 관심을 갖고 홍보와 판로개척 등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거제시는 그렇지 못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늙은 사람들만 미역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고 어렵지만 죽을 때까지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이씨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또 다시 미역채취 현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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