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급락으로 조선업체들이 선물환 거래에서 입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6대 조선업체(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STX조선)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선물환 관련 손실(거래손익+평가손익 기준)은 4,512억여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 조선업체까지 합치면 조선업계 손실 규모는 최소 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하반기 이후 수주 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거액의 선물환 손실까지 겹친 셈.
이에 따라 그동안 공격적인 선물환 매도 전략으로 일관해온 조선업체들이 환헤지 전략을 변경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4~5년전까지도 환헤지 비중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원화가치 급등으로 대규모 환손실을 입은 뒤로는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위험을 줄이는 전략이 대세가 됐다.
선박 수주 시점 환율로 달러를 미리 팔아 향후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실제 조선업체는 지난해 수주금액 979억달러 가운데 718억달러를 선물환 방식으로 미리 팔아치웠고 지난해 원화 강세의 주범으로 지목돼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달러당 원화값이 991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원이나 급락하면서 조선업체들은 1분기에 큰 폭의 환손실을 입었다. 다만 실현된 선물환 거래 손실보다는 아직 만기가 되지 않은 평가손실규모가 크기 때문에 향후 원화값이 안정되면 손실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별 환헤지 전략에 따라 희비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환헤지 비중이 높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상대적으로 큰 평가손실을 본데 비해 선물환 거래를 전혀 하지 않는 한진중공업은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한진중공업 재무제표에는 아예 파생상품 항목이 없을 정도. 한진중공업은 1분기 외환손익만 38억여원을 거뒀을 뿐 파생상품 손실이 없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90년대 말 이후론 선물환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신 외화부채와 자산을 탄력적으로 매칭하는 ‘ALM(Aasset Liability Manage ment)’ 방식을 쓰고 있어 파생상품 손실을 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재무제표상 파생상품 계정에서 84억원 가량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위험회피 목적 선물환 거래의 경우 평가손익을 일단 자본조정에 계상한 뒤 만기 시점에 매출에 반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선물환 거래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도 현재 환율로 거래하기로 한 계약을 말한다. 예컨대 현재 1만달러어치 물건을 만들어 1년 후 넘겨주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 1년 후에도 현재 환율로 돈을 주고받는 것이 선물환 거래다. □ 환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