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논란 일단락, 산업은행 안일 대처 책임논란 거셀 듯
대우조선해양의 매각문제 핵심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노조 및 거제시민들의 여론에 백기를 들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18일, 대우조선해양 매각자문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골드만삭스와 매각자문계약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함에 따라 매각자문사 선정위원회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산은이 지역사회 여론 앞에 백기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에 시민사회 뭇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위원장 이세종)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크게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골드만삭스의 매각주간사 철회는 당연하며 이는 국민의 여론과 감시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 준 결과”라며 “앞으로 대우조선의 매각은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하며 조선산업의 기술유출 문제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산업은행은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한 것에 대해 대우조선 노조와 시민사회로부터 뭇매를 맞아왔다. 산은은 향후 매각자문사 선정위의 추가 논의를 거쳐 자문사를 다시 정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산은 측은 골드만삭스에 대해 향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체의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을 것을 요구했으나 골드만삭스는 ‘국제 상거래 관계상 무리한 요구’라며 이를 거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 이세종)는 지난 14일까지 3차례의 상경투쟁에 나서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기업 사냥꾼인 골드만삭스가 매각주간을 맡게 되면 대우조선의 각종 고급 기술과 정보를 빼내 갈 것”이라고 밝히고 “중국현지 조선소 지분 20%를 보유한 골드만삭스는 이들 기술과 정보를 이곳에 유출 시킬 것이 분명해 결코 매각주간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또 지난 16일에는 거제시 이통장협의회, 지역별 주민자치위원회, 노인회, 여성회단체를 비롯 거제경실련, 거제YMCA, 거제YWCA, 거제농민회, 민노총거제지회 등 60여 단체가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를 구성, 산업은행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절차는 ‘국가경제 근간을 팔아먹는 매국적 행위’로 규정하고 산업은행의 ‘골드만삭스 매각주간사 선정은 철회돼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지영배 시민단체연대협의회 공동대표는 “국책 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해외매각을 즉각 중지하고 대우노조와 거제시민 등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라”고 했다.
이밖에도 일부 시민들 사이에는 골드만삭스의 계열사인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대통령 친, 인척 개입’ 특혜 의혹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안일대처, 논란 일 듯
이번 사태와 관련,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을 지향하는 산업은행이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각종 문제를 예상치 못하고 미숙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는 분석들이다.
산업은행은 차순위 협상자와 또 다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차순위 협상자가 어느 회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4월21일 골드만삭스를 매각자문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중국 조선업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보유출 등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산은 측은 일부 여론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일축하는 등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다 여론이 악화되자 16일, 회의를 거쳐 매각주간사 선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그 동안 골드만삭스의 자격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데 대한 책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대우노조와 범시민대책위는 그간 일방적인 매각주간사선정 관련, 시간적 물질적 손실을 입게한 산업은행의 안일한 책임에 대해 추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오는 27일 개최 계획이던 대우조선매각관련 토론회는 6월로 연기했다.
한편 대우조선 노조와 범시민대책위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당사자 참여하에 주간사 재선정 할 것 △산업은행은 최대주주로서 주주 이익보다는 대우조선 전체 구성원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 △산업은행이 만약 매각절차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노조는 총파업을 포함해 총력투쟁을 펼친다는 등 이들의 입장을 밝혔으며 21일 현재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는 ‘대우조선의 해외 매각을 반대 한다’는 네티즌 서명자가 2만을 넘어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