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중, 2개 추진위 발족…학교 위치 놓고 파열음
교육청, "정치권이 나서야"…최대 현안으로 부상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추진중인 거제시 상문동 (가칭)상동1초등학교와 상문중학교 신설 문제가 각종 민원에 가로막혀 답보상태를 거듭하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역 최대 이슈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착공했어야 할 상동1초는 학교부지에 편입될 토지주의 반발로 첫삽 조차 뜨지 못한 채 지연되고, 상문중은 부지 선정문제 등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추진 계획마저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년 개교 예정이었던 상동1초는 개교 시점을 2023년 3월로 1년 연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정상 개교가 불투명한 상태다. 상문중 역시 신설 계획을 세워 올 하반기 예정인 교육부 중앙재정투자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학교용지 선정을 못해 추진 계획조차 잡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로 인해 상문동 지역 초등학교의 과밀학급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며, 중학생 역시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되고 있다.
거제교육지원청은 학교 신설 계획 차질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도교육청과 여러 방안을 놓고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원을 해결하고 빠른 사업추진이 급선무지만 민원에 발목을 잡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추진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인적인 민원도 문제지만 상문중의 경우 두 개의 설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양분된 민심 때문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또 이 두 학교 신설 문제가 주민들은 물론 지역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현실에서 지역민간 갈등이 계속되는 만큼 이 문제를 교육당국에만 맡길 게 아니라 거제시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 민심을 하나로 수습해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동초, 경남 최고 과밀학급 오명
학생수 증가…2023년 2133명 예상
현재 상동초등학교는 64학급에 1896명으로 경남도내 학교중 학생수가 가장 많다. 2022년에는 2097명, 2023년에는 2133명, 2024년에 2144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올해보다 201명이 증가하고, 2023년에는 올해 대비 237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32.8명으로 OECD 평균인 초등학교 21.1명을 크게 웃돌고, 대한민국(18.1명)·경상남도(17.5명)·거제지역(20.3) 평균보다 훨씬 많아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과밀학급 학생들은 좁은 교실에서 제한된 수업을 해야 하고, 교사들은 많은 학생들을 감당함으로써 격무에 시달리게 돼 질 높은 공교육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상동초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학생수를 수용하기 위해 그동안 증·개축을 계속해 이젠 증축할 부지조차 없는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3부제 급식에다 돌봄교실·방과후활동도 교실 부족 등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때문에 교육청은 거제시 상동동 750 일원에 총사업비 494억1000만원을 들여 특수반 1개·유치원 7개 반을 포함해 총 44학급 규모로 상동1초를 2022년 3월 개교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지보상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2022년 개교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빠른 시일내 착공하지 못할 경우 2023년 3월 개교도 불투명한 상태다.
거제교육청에 따르면 모든 편입토지 보상이 마무리 됐지만 A씨가 보상을 거부해 착공을 못하는 실정이다.
A씨의 토지에 대해서는 수용절차를 끝내고 법원에 보상금을 공탁한 후 등기이전과 시공사까지 선정했으나 A씨가 법적으로 맞서면서 현재까지 해당 토지 주택에서 거주하며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예산을 확보하고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어도 민원에 부딪혀 착공을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교육청은 A씨에게 이사를 가지 않을 경우 주택을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예고장을 두 차례에 걸쳐 발송하고 오는 7월20일 후 대집행을 강행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대집행 후 착공을 서둘러 2023년 3월 개교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A씨가 행정대집행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으로 맞서면서 강하게 반발할 경우 또 착공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일각에선 토지주만 몰아 붙일 게 아니라 협의 가능한 적절한 방안을 지역에서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거제교육청 관계자는 "공사가 늦어지면 2023년 3월 정상 개교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한계가 있고, 개교가 늦어질수록 과밀학급 속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문중 신설부지도 못 정하고 말로만 추진
양분된 추진위 통합해 여론 모아야 주장도
상문중학교는 상문동이 신흥주거지로 부상하면서 5000여세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변모함에 따라 설립 당위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상문동은 거제시에서 고현동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3만4621명(5월말 기준)에 이르는데도 상문동에 중학교가 하나도 없다는 이유 등으로 오래전부터 설립 문제가 거론돼 왔다. 현재 상문지역 초등학교 3곳의 졸업생들은 지역에 중학교가 없어 고현동 지역인 고현중·계룡중 등으로 분산 배치돼 통학하고 있다.
여기다 상문동 지역 중학생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6년이면 5700명으로 예상돼 이들을 수용할 중학교 설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거제교육지원청은 수년 전부터 상문동 지역내 중학교 신설을 추진해 왔지만, 학교를 신설하려면 인근에 60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가 신축돼야 한다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신설사업을 미뤄왔다.
그러나 최근 상문동과 고현동에 대규모 아파트가 분양되면서 5000세대 이상의 입주 요건이 마련되고 조선경기가 살아남에 따라 추가 인구 유입도 예상돼 교육부 심의를 통과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6000세대는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인구 유입이 예상돼 지역민들의 의지와 결속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중투를 통과하지 못할지라도 중학교는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제교육청은 오는 202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가칭)상문중학교 신설을 검토 중이다. 거제교육청은 문동동 538-2번지(농업진흥지역)와 상동동 58-1번지(계획관리지역) 등 2곳을 후보지로 낙점했다. 최종 부지가 선정되면 연말까지 도시계획시설 입안과 교육환경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유영갑 거제교육장은 최근 거제지역 제18학교군은 △2014년 이후 5000여 세대 아파트 입주로 중학생 수 최대전망 △향후 자연증가 학생만으로도 급당 34∼35명 배치 등의 이유로 중학교 신설의 시급성을 거제시와 의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신설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사업추진의 첫 단추인 학교용지를 확정하지 못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맴돌고 있다.
이렇게 상문중 설립이 고착된 첫 이유는 설립추진위원회의 양분으로 알려졌다. 2개의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서로 유리한 지역으로 중학교를 유치하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추진위는 거제교육청이 과거 진행한 교육환경평가 검토 등을 근거로 문동 들판을 적지로 꼽는다. 반면 새 추진위는 주민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지를 정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내 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와 힘겨루기다.
주민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이대로는 학교설립 지연이 불가피하고, 아예 백지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설립은 학교용지확정-경남도교육지원청 자체심의-중앙투자심의-예산반영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4년이 걸린다는 것. 올해 부지가 확정돼도 오는 2026년에야 개교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부지 결정이 늦어질수록 학교 신설도 지연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하고 올 하반기 예정인 중앙투자심의를 신청해야 하지만 두 개로 양분된 추진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속만 태우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양분된 추진위를 통합시켜 한목소리로 부지를 확정한 후 심의 신청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중학교 신설문제가 지역 주요 이슈로 떠오른 만큼 지역 국회의원이나 거제시장 또는 시·도의원 등 정치권이 나서 협의와 조율을 통해 통합추진위를 구성한 후 그들을 통해 서둘러 학교용지를 확정하고 관련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