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酉)의 수난
닭(酉)의 수난
  • 거제신문
  • 승인 200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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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닭은 서조(瑞鳥)로 여겨왔다.

닭을 일컬어 다섯 가지 덕(五德)을 지녔다고 하는데 벼슬(冠)은 문(文)을, 발톱은 무(武)를 나타내며, 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勇)이며, 먹이를 보고 꼭꼭거려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추어 울어서 새벽을 알림은 신(信)이라 한다.

닭이 운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며,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태양의 전령사로 그의 울음과 더불어 어둠 속에서 횡행하던 잡귀들이 지상으로부터 일시에 사라진다는 주력(呪力)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삼국유사에 신라의 박혁거세와 그의 부인 알영(閼英),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金閼智)의 탄생설화에 닭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한 설정이 아니라 닭은 생명의 탄생이며 부활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닭은 새벽을 알려주는 상서롭고 신비로운 영물로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상에서 생활한다는 점으로 천상과 지상의 중재자라고 여겼다. 그래서 결혼식 초례상에는 반드시 닭을 얹어 놓고 백년가약의 증인이 되게 한다.

사위가 처가에 오면 최고의 대접으로 농촌 살림의 밑천과 같은 씨암탉을 잡는다. 이는 딸을 사랑하고 잘 보살펴 달라는 장모의 사위 사랑 표현법이다.

시계가 없던 시절에는 닭의 울음소리로 시각을 알았다. 특히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에는 닭의 울음소리가 기준이 된다. 그러나 제때에 울지 않거나, 울 시각이 아닌데 울면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초저녁에 닭이 울면 재수가 없고, 오밤중에 울면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속담까지 생겨난 것은 수탉에 비해 암탉은 우는 시각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우리나라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여 연일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정부는 이번 AI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없고 익혀 먹으면 아무 탈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있고 가금류 업계는 초토화 되고 관련 음식점조차 어려움을 겪는 닭의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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