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공모 거쳐 내년 하반기 착공 계획

‘철거냐 보존이냐’ 놓고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고현동주민센터 재건축 사업이 석조건물 일부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아가고 있다.
거제시는 현재 고현동주민센터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복합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겠다던 애초 계획을 일부 수정할 계획이다.
전문가 등의 자문과 검토를 거쳐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일부 석조건물을 존치하는 쪽으로 변경해 갈등을 해소하면서 주민 복리 증진에도 기여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거제시는 공공건축 전문가 및 도시재생 전문가 등 5명과 함께 지난 10일 고현동주민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의견을 나눴다.
변광용 거제시장이 주재한 이날 현장점검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석조건물을 철거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보존하면서 복합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복합커뮤니티센터의 공간 활용과 효용성 등을 위해서는 철거한 후 재건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보였다.
이에 변광용 시장은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석조건물 등을 보존하는 것을 포함한 사업계획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석조건물 보존과 철거 문제는 찬성과 반대 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보존하느냐 아니면 주민들을 위한 공간 활용과 효용성 등을 위해 철거하는 것을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라는 소신도 전했다.
이날 현장점검에는 복합커뮤니티센터 추진위원회측과 석조건물 철거를 반대하는 현성회측 관계자도 함께하며 관심을 보였다.
한편 고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은 지난해 9월 정부의 생활SOC복합화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33억원·시비 143억원을 확보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복합커뮤니티센터는 고현동주민센터 건물자리에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6900㎡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지하 1·2층은 인근 주택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주차장이 들어서고, 지상 1층은 공원으로 조성해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과 투자심사·공공건축 심의 등 사전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오는 9월 설계 공모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지상 1층에 옛 청사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청사 미니어처를 제작·전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직 신현읍장 출신으로 구성된 현성회가 석조건물 철거 반대 목소리를 내며 거제시와 시의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제동을 걸었다.
또 지난 3일에는 현성회 회원이 거제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며 ‘옛 거제군 청사 철거계획을 중단, 영구보존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다수의 주민들은 협소하고 노후화된 현 청사를 하루빨리 허물고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신축해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해, 현성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주민들은 문화재적 가치가 높고 지역 근현대사의 상징을 폐기물처럼 흔적도 없이 허물어선 안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 고현동 청사는 1956년 준공된 석조건물로 근대 지역공동체 역사를 대변하는 지역의 대표적 건물로 보존돼야 할 자산이다. 거제군청으로 사용됐던 ‘ㄷ’자형 평면을 가진 1층 규모의 화강석 조적조 건물로 정면 중앙에 박공지붕의 돌출 현관 캐노피와 세로로 긴 창의 상·하인방식 내쌓기, 외벽상부 상중 돌출 코니스 등이 특징적인 건물로 근대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특히 이들은 청사를 건축할 당시 화강석 등 건축자재를 지역에서 조달하고, 지역민들이 직접 시공에 참여해 피와 땀으로 만든 거제 근대사의 상징이며 지역공동체의 역사를 대변하는 대표적 건물로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또 주민들이 일운면에서 화강암을 채석·운반하고 포로수용소 철거 때 나온 건축자재 등을 재사용한 역사성과 공동체의식은 거제인의 자긍심이자 근대사의 산증인으로 보전돼야 할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거제시 황덕찬 건축과장은 “석조건물의 역사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조만간 설계 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라면서 “이 건물을 보존하면서 공사할 경우 지하 주차장이 당초 계획보다 조금 줄어들 수 있고, 사업비 증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