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환경련 "방제작업이 거제 국립공원 숲 망쳤다" 논평

건강한 숲을 만들겠다며 시작된 소나무재선충방제 작업이 오히려 숲을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은 지난 12일 '소나무재선충 방제 작업 전면 재검토해야'라는 논평을 내고 "거제시 일운면 와현고개에서 서이말등대와 와현봉수대 방면의 국립공원 일부 지역이 민둥산이 돼버린 벌목 광경을 보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민원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환경련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거제시와 석유공사·벌목업체가 업무협약을 맺고 일운면 지세포리 산39번지 일원 18필지의 산림 150㏊를 방제작업에 나섰다.
재선충에 감염돼 고사한 소나무류만 벌목해야 하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임에도 재선충과 상관없는 아름드리 활엽수까지 불법으로 싹쓸이 벌목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한려해상국립공원측은 석유공사와 벌목업체를 자연공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싹쓸이 벌목된 나무들은 고성군의 한 팰릿공장으로 반출돼 화목재로 가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업체는 자연공원법 위반뿐만 아니라 재선충 방제 관련 법령과 지침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련은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 수량 등을 조사하지 않고 부실한 방제계획서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염나무를 잘라 훈증하는 피복제 차단이 부실하고, 잘려진 소나무 상당수가 방치돼 재선충 방제 과정에서 오히려 재선충을 확산시킬 우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환경련이 지난 6월과 7월 재선충 방제작업 예정지 일원을 조사한 결과 벌채가 일어난 이곳은 동백나무·후박나무·참식나무 등이 발달한 난대상록수림대 및 가장 많은 수종인 소나무와 곰솔이 자생하는 혼합수림대로 생태자연도 1등급지다. 팔색조·대흥란 등 다수의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희귀식물의 서식과 도래가 확인됐다.
환경련은 "소나무 재선충 작업으로 우수한 식생과 멸종위기종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지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사업이 계속될 경우 심각한 생태계파괴가 우려된다"면서 "실제로 거제시는 지난 겨울 멸종위기종의 주요서식지이자 생태자연도 1등급지인 노자산 일원에서 재선충 방제작업을 하면서 살아있는 소나무류와 아름드리 활엽수까지 마구잡이로 벌목해 작업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고도 했다.
노자산은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거제외줄달팽이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었으나 무분별한 재선충 방제작업으로 산림은 황폐화되고 생물다양성은 훼손됐다고 꼬집었다.
환경련은 "이곳에서 벌목 예정이던 소나무에 올 여름 팔색조가 둥지를 튼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재선충 방제작업을 하더라도 대상지 선정과 마구잡이식 벌목 방식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제시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이 발행한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 산림병해충 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곰팡이를 이용한 재선충 천적백신 실험 결과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들이 78% 회복됐다는 주목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재선충 방제는 기존의 모두베기 등 산림을 파괴하는 방식에서 예방주사·천적백신 처방·자연천이 등 새로운 방법 도입이 절실하다.

이밖에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림청의 수종 갱신을 이유로 한 국유림과 사유림에서 벌어지는 싹쓸이 벌목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거제에서는 지난 겨울 국유림인 울창한 동부면 구천 낙엽활엽수림 7㏊가 싹쓸이 벌목됐고 사유림인 하청면의 희귀 야생화 집단서식지 3㏊도 벌목돼 문제가 됐다.
환경련은 소나무방제작업과 수종갱신을 위해 벌목할 경우 일정규모 이상이나 국립공원이나 생태자연도 1등급지와 같은 생태적 민감성이 높은 지역은 환경영향평가나 관계기관 협의 등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유공사 거제지사 등의 국립공원 산림 무단벌목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이곳의 150㏊에 달하는 재선충 방제작업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