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명성 잃어가는 거제 특산품들
'아∼ 옛날이여∼'…명성 잃어가는 거제 특산품들
  • 백승태·김은아·이남숙·최대윤·옥정훈 기자
  • 승인 2021.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라지고 잃어버린 거제의 ○○을 찾아서①]잊혀져 가는 거제의 옛 효자상품들

거제지역은 2019년 기존 8품에서 9품으로 지역 먹거리를 특산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중에서 대구·유자·맹종죽은 지역 향토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했으나 현재 다른 지역 특산품에 밀려 그 명성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에 본지는 거제지역의 특산품이 옛 명성을 다시 찾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선견지 취재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기획취재를 계획했다. 한때 전국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다소 외면 당해 '최고'의 자리를 빼앗긴 거제의 특산품을 재조명하고 옛 명성을 되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번 취재는 조선산업 발달의 그늘 아래 점점 낙후되고 있는 거제지역 농어촌에 지역 특산품이 타지역과 특산품과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선견지 취재를 통해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발걸음이다.  
이번 기획이 거제지역 특산품의 새로운 유통 활로 모색 및 발전 방안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지역 관광 발전과 농어민 소득 증대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편집자 주

대한민국 어느지역을 가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특산품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거제는 2019년 기존 8품에서 9품으로 지역 먹거리 특산품을 홍보하고 있다.

거제지역 9품은 대구·멸치·유자·굴·돌미역·맹종죽순·표고버섯·고로쇠수액·왕우럭조개 등으로 대부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특산품들이다.

그러나 거제지역의 특산품은 오랜 역사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거제 고유의 특산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생산량이나 홍보 등이 미흡해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는 거제지역에 조선산업이 발달하면서 반어반농의 전통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상품의 가공이나 홍보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점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거제지역이 자랑하는 9품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더 유명한 특산품이 대부분이다. 그중 옛부터 거제지역이 원산지라 불리거나 자생, 서식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던 유자, 대구, 맹종죽은 수년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특산품으로 자리매김 했었다.

거제의 겨울 진객으로 불리는 거제 대구가 최근 몇년사이 서해 대구에 유명세를 빼앗겼다.
거제의 겨울 진객으로 불리는 거제 대구가 최근 몇년사이 서해 대구에 유명세를 빼앗겼다.

1등 자리 내놓은 거제의 겨울 진객

대구어(大口魚)는 거제시의 시어(市魚)다. 거제도에서 가덕도에 이르는 대구 어장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510년 삼포왜란 전에도 대구 어장에 왜구가 불법으로 들어와 연안 어부들과 마찰이 많아 수군들이 어장을 지키느라 애쓴 흔적이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거제대구는 대한제국시절 이토 히로부미(伊博文)의 학숙 동문인 가시이겐타로(香椎源太郞)에게 관리권이 넘어가 가덕도에서 거제도에 이르는 연안의 영친왕부 소속의 대구정치어장 전부를 20년 기한으로 임차해 빼앗긴 아픈 역사도 있다.

거제 대구는 고려시대부터 수라상에 오르던 겨울의 진객(珍客)이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의 어장남획으로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1932년 1월14일 매일신보 3면에는 거제에서 대구의 인공수정 방류 기사가 등장한다. 1980년대부터 거제대구는 남획 등으로 어획량이 줄어들기 시작해 1990년부터 2002년까지만 해도 어획량이 수백, 수천마리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최근 10여년 전부터 어획량이 늘어 대구축제 등을 개최하고 있으나 브랜드 가치 및 지리적표시제 등은 부산의 가덕 대구나 서해안 대구 등에 밀린 모양새다.

1등 자리를 내놓은 거제의 겨울진객 대구의 옛 명성을 찾기 위해서 충청남도로 발걸음을 옮길 예정이다. 거제대구는 최근 생산량이나 유명세가 서해안 대구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대구 어획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서해안 대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충청남도 보령시에 위치한 충청남도 수산자원연구소 등을 찾아 거제대구의 경쟁 상대인 서해 대구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거제유자는 한때 대학나무로 불리며 거제지역 농가를 살찌우는 지역의 대표 특산품이었지만 현재의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거제유자는 한때 대학나무로 불리며 거제지역 농가를 살찌우는 지역의 대표 특산품이었지만 현재의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대학나무 거제유자의 몰락과 만감류

거제 유자는 역사자료나 거제지역에 유배왔던 선비들에게 자주 회자 됐던 거제지역의 특산품이었고 자생지였던 유자도는 조선시대 각 지리지에 소개될 만큼 유명했다.

유자에 대한 기록은 840년(문성왕 2년) 신라의 장보고가 중국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와 널리 퍼졌다고 전한다.

세종실록 31권에는 1426년(세종 8년) 2월 전라도와 경상도 연변에 유자와 감자를 심게 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뤄 거제지역에서 유자가 재배된 시기는 세종실록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해에 남부지방에 유자와 귤 재배를 중앙정부에서 권장해, 착과량을 호조에 보고하게 하고 직접감사가 작황을 조사해 상납한 기록이 있는데 이때 거제지역도 유자의 생산지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유자는 관리들의 착복이 심해 백성이 적잖은 고초를 겪었고 남몰래 유자나무를 베어내는 등 조선 말기에는 거제 유자도에 유자나무가 없어졌고 대나무만 울창해져 명칭도 죽도(댓섬 竹島)로 바뀐 것으로 추측된다.

거제 만감류는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제주 만감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1960~70년대 서이말등대 인근의 거제도 밀감농장(사진 왼쪽)과 옛날 유자도 지도모습.
거제 만감류는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제주 만감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1960~70년대 서이말등대 인근의 거제도 밀감농장(사진 왼쪽)과 옛날 유자도 지도모습.

거제유자는 한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차지하며 거제지역에선 '대학나무'로 불렸고 거제지역의 대표적인 농특산품로 주민소득 증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효자 상품이었다. 그러나 거제유자는 과다생산과 관리 부족으로 지난 1996년을 기점으로 생산농가는 물론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6년을 기점으로 유자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생산농가는 물론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져 현재는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상품화 노력화 등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금은 전남 고흥이나 완도에 생산량이나 명성을 빼앗긴 상태다.

유자와 함께 거제지역의 만감류(귤·천혜향·한라봉·레드향 등)도 제주도와 같이 국내 시배지였으나 현재 두 지역의 만감류의 명함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거제의 감귤은 거제유자와 거의 비슷한 시기부터 재배됐고 이후에도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1960∼1970년대 한파로 얼어죽으면서 생산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거제지역의 만감류는 현재 생산량이나 명성이 제주도에 못 미치고 있는데다 제주지역 특산품을 따라 재배했다거나 제주도 만감류의 유사 상품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거제의 유자와 만감류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찾아갈 곳은 현재 국내 최대 유자 생산지인 전남의 고흥과 우리나라 만감류의 대표 생산지인 제주도다.

일제강점기 하청면 출신 신용우 선생이 일본에서 가져온 맹종죽 세 그루로 시작해 1980년대에는 전국 맹종죽순 생산량의 95% 차지하며 일본까지 역수출하는 효자 상품이었다.
일제강점기 하청면 출신 신용우 선생이 일본에서 가져온 맹종죽 세 그루로 시작해 1980년대에는 전국 맹종죽순 생산량의 95% 차지하며 일본까지 역수출하는 효자 상품이었다.

울창하기만 한 맹종죽 활용 방안 찾기

맹종죽(孟宗竹)은 효자 맹종(孟宗)의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거제시 하청면 출신 신용우(辛容禹) 선생이 1926년 일본 산업시찰을 갔다 오면서 세 그루를 들여와 심었는데, 그중 두 그루가 살아 현재는 전국 제일의 맹종죽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때 하청 맹종죽은 전국 생산량의 95%를 차지할 만큼 유명한 맹종죽 산지였고 8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가격으로 일본으로 역수출돼 재배 농가에 효자 노릇을 해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값싼 중국산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외면당하더니 근래는 거의 명맥이 끊길 지경에 처해있다.

그나마 거제 맹종죽의 명맥을 유지하며 활용되고 있는 곳은 거제맹종죽테마파크다. 10만 2000㎡ 부지에 산책로·모험의 숲·죽림욕장·지압체험·서바이벌게임장·쉼터·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춘 하청면의 맹종죽 테마파크는 매년 적잖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남도 담양은 우리나라 최대 대나무 생산지로 알려졌지만 공예품 가공 원재료 등은 거제지역 맹종죽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담양은 죽순 생산의 노하우를 위해 거제시의 맹종죽을 연구하러 거제까지 선견지 방문까지 하고 있지만 정작 거제의 맹종죽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맹종죽의 옛 명성을 되돌리기 위해 찾을 곳은 전라남도 담양이다. 담양에서는 담양의 대나무 산업뿐만 아니라 대나무와 연계한 관광실태도 알아볼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