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잔치
  • 거제신문
  • 승인 200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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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하청면 연구리 옥계마을은 주인은 간데없고 객(客)들만의 한 바탕 잔치판이 벌어졌다.

320만 경남도민의 희망과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거북선을 꼭 찾겠다는 것이 잔치판을 벌인 이유다.

이 행사에는 김태호 경남도지사를 비롯 이창희 정무부지사, 김한겸 거제시장, 오근섭 양산시장, 진의장 통영시장, 김수영 사천시장, 김채용 의령군수, 천사령 함양군수, 강은순 거창군수 권한대행 등 지자체단체장과 박판도 경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김해연, 신진표, 강석주 김윤근 등 도의원, 거제시의회 옥기재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최민호 경남은행부행장, 이창수 경남농협 부본부장 등 경남지역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유태수 한산대첩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 된 이날 식전 행사는 조선수군 진혼제, 남해안별신굿 공연 등으로 이어지며 가신님들의 구국충정에 가슴 저미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경남도가 주관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경남도 공무원이 대거 참여, 손님들의 안내에서부터 자리정돈까지 일사불란했다.

이날 거제시 공무원들은 실·국장을 비롯 간부급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모두가 구경만 하고 있어 주객이 뒤바뀐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거제시 성의 없는 이순신 프로젝트

진의장 통영시장은 한 발 앞서 이곳 행사장에 참석, 진혼제 제상에 술을 올리고 절을 하는 모습까지 연출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진 시장이 이 행사에 제일 먼저 술을 올리는 등 예를 갖춘 것은 남해안별신굿보존회 정영만 회장이 각본 없이 즉석에서 진행한 행사의 일부라는 것이 주최 측의 변명이지만 진 시장이 타 지역 단체장보다 한 발 앞서 행사장에 도착한 것이나, 이 행사의 사회자조차 굳이 한산대첩관련 인사를 선정했다는 점 등의 정황을 따져보면 이는 사전에 의도적으로 계획된 일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성 싶다.

도대체 주인이 누구며 손님은 누구인가, 자기들 땅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도 주인은 팔장 끼고 구경만 해야 하는가.

더구나 이번 행사에 시장 군수 등 단체장들이 대거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김 지사에게 눈도장이라도 찍어 이순신 프로젝트 사업의 한 조각이라도 얻어내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불원천리(不遠千里) 섬 지방까지 달려가는 성의를 생각해서, 안 되면 차기 예산 배정에 참고라도 해 달라는 의도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거제시는 너무나 성의가 없다.

지난 2월 경남도청 ‘도민 홀’에서 거행된 거북선 찾기 출정식에도 거제시 공무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순신 프로젝트는 민족적 자긍심은 물론 거제시민의 자존심과도 무관치 않다. 역사적 고증이나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참고하면 거제해역 칠천량 해저 어느 곳엔가 거북선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렇다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건 다름 아닌 기득권이다. 거제해역에서 발견됐다는 기득권을 바탕으로 거북선이 인양되는 역사적인 순간부터 우리는 거제시가 계획하고 있는 유물전시관 등 해전사 박물관을 비롯 칠천량 해전 공원 조성들의 사업계획을 더욱 보강, 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타 지자체 발 빠른 움직임 참고해야

인근 통영시는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알리기, 거북선 연구소 설립 등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통영시는 인천의 거북선 및 문화재 모형연구소(소장 안광일)를 통영에 유치한다는 방침까지 밝히고 있다.

이는 거북선이 인양되는 역사적 순간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을 비롯, 이순신 관련 모든 프로젝트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경남도의 이순신 프로젝트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세계화하고 남해안시대 문화관광을 선도하기 위한 사업으로 예산도 1,5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 사업은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알리기, 거북선 건조 등 세계화 작업, 이충무공 정신 선양, 거북선 탐사 등 19개 사업을 동시에 착수했다. 거제시의 발걸음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수정, 또는 재정비하는 것이 옳다. 자칫 머뭇거리다 기회를 잃는다면 천추(千秋)에 한(恨)을 남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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