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을 배려하는 선한 심성 회복 되길…”
“동물들을 배려하는 선한 심성 회복 되길…”
  • 거제신문
  • 승인 20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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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환경의 날 기념 제2회 야생동물 위령제

▲ 5일 세계 환경의날을 기념하는 제2회 야생동물 위령제가 신현읍 수월리 소재 금강사에서 열리고 있다.

“자동차 바퀴에 치여 죽어간 생명들에게, 죽은 사체를 한 번 더 밟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던 처참한 주검에게, 아무도 거두지 않아 그 자리에서 쓰레기처럼 흩어진 생명의 영혼들에게 참회와 부끄러움, 그리고 이토록 모진 이기심을 깊이 반성합니다.”

도로에서 차량에 치여 죽는 로드킬(road-kill)이나 불법밀렵으로 희생된 야생동물,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후 소비되는 가축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제가 지난 5일 신현읍 수월리 대한불교 조계종 금강사(주지 성원스님)에서 열렸다.

이날 위령제에는 시민을 비롯해 거제·통영환경운동연합회원들과 조계종·천태종 스님, 고성 천주교 올리베따노 수도회 수도사 등 50여명이 참석,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참히 죽은 동물들을 위한 위령문을 읽고 용서를 빌었다.

제사상에는 고라니와 멧돼지, 너구리, 토끼 등 야생동물들이 좋아하는 당근과 고구마, 땅콩, 밤, 감자, 쌀, 콩, 팥, 조, 수수, 앵두 등 20여 가지 곡식과 야채·과일이 올랐다.

이날 윤미숙 거제·통영 환경련 정책실장은 야생동물들에게 보내는 편지 낭송을 통해 “인간의 삶은 날로 좋아지는데 동시대를 사는 다른 동물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인간에겐 속도와 소통의 길인 도로가, 그들에겐 목숨을 걸고 이동해야 하는 죽음의 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인간들이 겨우 몇 십년 지구상에 살다 갈 보잘것 없는 생명들 중의 하나임을 깨닫고 이웃 동물들의 삶과 생을 진중히 배려하는 낮고 소박한 선한 심성을 회복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위령제 후 참석자들은 점심공양에서 (사)에코붓다와 함께 하는 ’빈그릇 운동‘을 실천했고 로드킬을 주제로 한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를 관람했다.

윤미숙 거제·통영 환경련 정책실장은 “속도를 중시한 도로는 야생동물들에 죽음의 길이 되고 있다“면서 ”농약과 살충제는 새들과 곤충에게 떼죽음을, 가을·겨울이면 굶주린 고라니와 멧돼지는 죽음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위령제를 참관한 네덜란드 인류학자 엘머 휠트캄프(Elmer Veldkamp)씨는 “도시화와 함께 인간들은 사람끼리만 살고 동물과 같이 사는 생활을 잃어버렸다”면서 “이번 위령제가 사람과 동물의 건강한 공존을 위한 발걸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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