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책임 - 너도 이와같이 하라!
불가피한 책임 - 너도 이와같이 하라!
  • 거제신문
  • 승인 20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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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범현 영진교회 부목사

요즘 연애인들 중에 몇몇이 사회면에서 눈에 띄는 일이 생겼습니다.

물론 전에도 연애인이 사회면에 나곤 했지만 대개는 마약이나, 뺑소니 음주운전, 아니면 성관련 소식 등의 안좋은 소식이었던 것에 비해 이분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소식들입니다.

이쯤이면 이미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을텐데… 바로 ‘기부천사’ 라고도 불리우는 가수 김장훈씨와 평소부터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선행과 관심으로 알려져 온 차인표씨의 얘기입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최근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차인표씨가 일기처럼 쓴 한 글입니다. 그 글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 글의 일부를 여기 옮겨봅니다.

「북한 청진역에서 죽은 거지소년이다. 굶어서 죽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굶어 죽었다. 먹을 것 좀 달라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다가,기운이 떨어져서 잠이 들었는데 죽어 버렸다.

힘없는 눈을 감기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얀 쌀밥에 고기 먹는 생각을 했을까? 엄마, 아빠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 했을까? 남쪽에 잘 사는 동포들을 향해 원망을 했을까? 저 낡은 가방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분명 내 동생이고, 내 이웃이고, 내 형제다.

그런데 눈을 감고 있는 마른 모습이 외국사람 같고, 외계인 같다. 광대하신 역사속에서, 하나님은 고통받는 형제들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일생동안 끊임없이 보여 주신다. 나는 죄인이다. 이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그것이 나의 죄목이다.」

지금 나는 대우조선매각과 관련한 인간띠 잇기 대회 행사에 참여했다가 돌아와서 이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던 기대와는 사뭇 달랐던 오늘의 모임을 바라보면서, 지나쳐가는 많은 무관심의 눈길을 보며 차인표씨의 글을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나는 했고 너는 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편가르기를 의미 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얼마나 많은 순간 나역시도 저렇게 스쳐가는 무관심의 눈길이었던가하는 자성의 의미가 더 강합니다. 우리는 흔히 ‘나쁜 짓하지 않는 것’을 우리의 도덕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있는 듯합니다.

도둑질하지 않고, 남에게 해꼬지 하지 않고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겨워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볼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흔히 참여정치의 꽃이라고 하는 투표는 외면해 놓고 지금의 정치적 혼란에서 나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에어콘 바람 쌩쌩 돌리는 차안에 혼자 앉아 지구 온난화를 염려하고 있는건 아닌지, 1987년 6월10일 많은 이들이 땀범벅, 피범벅으로 거리를 뛰어다닐 때 별일 하지 않은 것이 참 오랫동안 부끄러웠는데 그 부끄러움은 말하면서 오늘의 나는 또 수많은 촛불의 곁을 무심히 지나쳐가고 있지는 않은지.

차인표씨는 ‘크로싱’이라는 탈북자 가족에 관련된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하며 이런 우리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불가피한 책임감이었다.

“만약 내가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그 자료들을 보지 않았다면 면죄부가 있는 거겠죠. 아예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이 문제가 어떤 건지를 안 이상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런 사실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 때, 그래서 이제 어쩔 거냐는 거잖아요. 너는 무엇을 할 것이냐.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로서는 다른 대답이 없었던 거죠.”

그럼 오늘 나는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서,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서, 잘못된 교육정책들에 대해서, 한반도 대운하가 가져 올 환경파괴에 대해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 때문에 걱정된다고 말한 ‘나’는 이제 과연 어쩔것인가?

무관심, 아무것도 하지 않음 으로만 일관할 수 없는 불가피한 책임감 앞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오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던지는 질문입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0: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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