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만에 처음, 평년보다 낮은 수온 탓인 듯

사등면 가조도 일대에 오징어 떼가 몰려들면서 가조어민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오징어 떼가 가조도 인근 바다에 출몰한 것은 지난 5월 중순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하루 500-600마리 정도는 너끈히 낚아 올릴 수 있다.
가조어민들이 출항하는 시기는 오전 6시께. 오징어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경로를 잘 파악해 낚시를 시작한다.
낚시도구도 간단하다. 줄낚시에 오징어잡이용 루어를 4-5개 정도 달면 된다.

낚시줄을 바다에 드리우고 위아래로 흔들다 보면 묵직한 손맛이 전해진다. 적게는 한두 마리에서 많게는 대여섯 마리의 오징어가 연신 낚여 올라온다.
배위에 낚인 오징어는 연신 먹물을 내뿜으며 반항(?)하지만 이내 물 칸으로 직행한다.
오징어 낚시의 즐거움은 마릿수와 입맛. 다른 고기들처럼 차고 나가는 맛이 없지만 싱싱한 오징어를 마릿수로 낚아 배위에서 회로 먹는 맛은 끝내준다.
가조도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20㎝ 가량. 어민들은 통째로 삶아먹거나 즉석해서 회를 먹고 일부는 한나절 반 정도 말렸다가 밑반찬으로 사용한다. 성포 위판장에 팔리는 오징어는 극소수. 거의 대부분의 오징어가 가조어민들의 입속으로 직행하는 셈이다.

어민 이쌍근씨(60·신전마을)는 “지금이 오징어가 제일 맛있는 시기로 물회의 최고 재료”라고 설명하고 “속풀이에는 제철에 난 오징어 물회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이번 오징어 떼가 오는 20일 정도까지는 잡힐 것으로 예상했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모두 동해바다로 빠져 나간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수온이 낮은 편이어서 오징어가 머무는 시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조도 인근에 이처럼 많은 오징어가 잡힌 것은 20여 년만에 처음.

어민들은 오징어 풍년으로 정작 잡혀야 할 멸치며 고등어가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날랜 오징어가 가조도 앞바다를 장악하면서 이들 고기를 모두 쫓아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 때문에 어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게 패어지고 있다.
또 관광객들이 선상낚시를 요구하지만 낚시어선 면허가 나오지 않는데다 장비 구입, 보험료 등의 현실적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어민들이 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민 이규엽씨(51·유교마을)는 “기름값이 비싸 아무리 오징어를 많이 잡아도 타산이 맞질 않는다”면서 “기왕 마을 앞바다에 들어온 오징어라 마을 사람들끼리 잡아다 술안주며 반찬거리로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