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졸속 논의 거두고 합리적 절차 통해 투기자본매각 막아내야
6월 민주항쟁 21주년 기념일인 지난 10일 대우조선해양의 바람직한 매각을 촉구하는 거제시민과 노동자들의 촛불 행렬이 조선소 외각을 밝혔다.
이날 대우조선 지키기 범시민 인간띠잇기 행사에 참여한 3,000여명의 시민과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정문에서 서문까지 약 2.2㎞를 인간 띠로 연결했다.
시민들과 직원들은 촛불을 밝힌 채 노란색 희망 리본을 가로수에 매달며 대우조선해양의 해외매각 반대와 매각 결정과정에 당사자와 거제시민의 참여가 보장되길 기원했다.

타오르는 불꽃에 염원 담아
거제지역 6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우조선매각 범시민대책위원회와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시민과 회사직원 등 3,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우조선 지키기 인간 띠 잇기 행사를 가졌다.
이날 오후 6시부터 대우조선 서문 앞을 중심으로 남문과 정문, 동문에서 동시에 열린 행사는 정부에 대우조선해양의 바람직한 매각을 촉구하기 위해 조선소 외각을 인간 띠로 연결했다.
시민과 노동자들은 촛불을 켠 채 옥포조선소 서문에서 정문 사이 약 2.2㎞를 에워쌌고 대우조선해양의 합리적 매각절차 진행과 영속적 발전을 기원하는 염원을 담아 노란 리본을 나무에 묶었다.
특히 3,000여명의 참가자들이 동시에 불꽃을 점화하며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 조선소 외각을 환한 불빛으로 수놓았다.
이날 인간 띠잇기 행사에 참가한 대우조선해양 설비보전팀 김용남 사원(48·옥포2동)은 “우리 일터는 당연히 우리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이번 행사에 동참했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이 해외투기자본과 악덕기업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거제시민과 회사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단합된 의지 표출하자
이에 앞서 대우조선매각 범시민대책위원회는 대우조선 서문에서 식전행사를 갖고 대우조선해양의 바람직한 매각을 촉구하는 대정부 호소문을 낭독하고 범시민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영배 범대위 공동상임대표는 대회사에서 “21만 거제시민과 5만2,000 대우노동자들은 거제의 자부심인 대우조선해양을 지키고 자손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려는 통렬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여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촛불을 높이 들었다”면서 “밀실행정을 통해 일방적 매각을 단행하려는 산업은행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 공동상임대표는 “이번 매각은 노동자와 가족, 거제시민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진정성과 신뢰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 바람직한 소통의 매각절차가 이뤄져 대우조선이 거제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단합된 의지를 표출하자”고 강조했다.
이세종 대우조선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매각주간사 선정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배제된 것은 거제시민과 노동자들의 도움이 컸다”면서 “모든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투기자본으로부터 대우조선을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동철 범대위 상임대표는 대정부 호소문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였던 골드만삭스가 퇴출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정부와 산업은행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밖에 없었다”면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금부터라도 시민사회의 정당한 요구와 당사자 협의에 기초한 합리적 매각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박 상임대표는 또 “거제시민은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이뤄낼 기업, 기술개발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뤄낼 기업, 기업이익을 지역과 국가에 환원할 수 있는 기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거제시민의 진정성을 헤아려 좋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대우매각 범시민대책위는 대우조선 지키기 범시민 결의문도 채택했다.
결의문을 낭독한 백말숙 범대위 상임대표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21만 거제시민의 생명줄인 대우조선은 시련과 고통의 세월을 이겨내고 사상 유례없는 성공의 역사를 일궈냈다”면서 “대한민국의 조선산업과 지역경제의 영속적 발전을 유지키 위해 대우조선을 지켜 내겠다는 염원을 인간 띠 잇기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대우조선의 해외매각은 국가경제의 근간을 팔아먹는 매국적 행위로 규정해 결사 반대한다 △산업은행은 매각절차 과정에서 당사자와 지역민의 참여를 보장할 것 △인수업체는 대우조선해양의 거제본사 유치를 보장하라 △인수업체는 노동조합 5대 요구안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노조, 매각중지 가처분 신청 추진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이번 행사와 별도로 산업은행이 설립목적과 법률을 위반한 채 대우조선해양의 졸속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원에 매각중지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최대한 비싼 값으로 팔기 위해 경영권을 얹어 최고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7년 말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자산 총액은 8조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매각한다면 매수대금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가운데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수대금을 감당할 기업이 없고 설령 국내 기업에 매각되더라도 해외재무투자가와 차입금 충당을 위한 문제에 봉착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세종 노조위원장은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자본은 법률에 ‘중요사업자금을 공급·지원할 목적’으로 출자한 지분이며, 지분 매각은 산은법 제18조 제5호에 따라 중요산업에 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때때로 매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괄 매각·최고가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며 “금속노조법률원을 변호사로 선임, 조만간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1978년 대우그룹의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 인수를 시작으로 거제시민들과 함께 해온 대우조선해양에는 직영과 사내협력사를 포함, 2만6,000여명이 일하고 있으며 사외협력사까지 포함하면 5만 여명이 직·간접적인 고용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