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여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되면 광우병 위험이 있다고, 특히 어린 학생들은 학교 급식에 미국산 쇠고기가 섞이면 장래 이 나라의 주인공들이 광우병에 노출된다고 해서 ‘순진한 촛불집회’가 밤하늘을 누비게 되자 잇달아 일반 시민. 시민단체, 축산업자, 그리고 운동권 인사들까지….
처음에는 미국산 쇠고기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성난 노도처럼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과 시위대가 맞대결을 하더니 이제는 새 정부의 정책 전반에 걸친 정치시위로 변질되고 있다.
당초에 촛불시위의 발단은 뼛조각 하나만 섞여도 수입된 쇠고기마저 반품하던 엄격한 잣대가 어느 날 갑자기 무제한 수입으로 미국과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국민들에게 청천벽력이 아닐 수 있었겠나.
그것도 530만표란 사상 초유의 득표 차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과 기대속에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자당내의 국회의원 공천 갈등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더니, 부자들만이 판치는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드디어는 ‘고소영’ ‘강부자’니 하여 747의 꿈을 여지없이 깨뜨리더니, 급기야는 광우병 수입이 느닷없이 터졌으니, 그것도 부시 대통령의 데이비드 목장에 초대받는 선물로 준 것이라는 데서 국민의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여겨진다.
비록 처음에는 순진한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모였다고 하나 그것을 그냥 두지 않을 세력들이 얼싸 좋다고 가세하니 시위가 오래 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드디어 지난 5월22일과 6월19일,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대통령이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사태로까지 번졌고, 설상가상으로 유가(油價)마저 폭등하여 화물연대 파업까지 부채질하니 국민들이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수정협상이 어느 선에서 타결됐다 하고, 화물연대 파업도 점진적으로 풀려가고 있다니, 제발 이 어려운 난국이 하루빨리 순조롭게 풀리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냉정히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특히 쇠고기 수입문제에서 말이다. 나라 안에서 국민들이야 광우병 촛불시위도, 반정부시위도 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바깥으로 눈을 돌려 생각해보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선진 외국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의 촛불시위가 엉뚱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이 무서우면 안먹으면 될 것이고, 30개월 이상된 소가 더욱 위험하다면 수입업자들로 하여금 수입을 못하게 불매운동을 벌이면 될 것이지 왜 저렇게 사생결단일까, 한국이라는 나라의 유통구조가 그렇게도 어설프게 후진적일까 하고 여길까봐 걱정스럽다.
지난 6월2일에 전국한우협회 남경호 회장도 인터뷰에서 “유통구조만 투명하다면 한우농가로서는 수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원산지표시제가 엄격하면 오히려 한우는 한우로 보증될 것이기 때문에 한우농가에게도 좋고, 쇠고기 생산량 절대부족으로 어차피 외국산을 수입해야 한다면 수요자가 기호대로 선별 구매할 수 있어서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가 아직 수입되지도 않았는데 한우 쇠고기마저 팔리지 않는다니 한우농가들도 어찌 걱정이 태산같지 않겠는가.
그러나 유통과정의 투명성 확보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데서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정부는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전 유통과정은 물론 일반 음식점에까지 시행한다니 이에 따른 강력한 단속이 있어야 겠지만, 이를 정부의 단속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민전체가 합심하여,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음식물만이라도 시급히 그 유통구조가 투명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시중에서는 수입산 쇠고기가 한우로, 중국산 식품이 국산으로, 양식 물고기가 버젓이 자연산으로 둔갑하여 팔리고 있지 않은가,
미국산 수입 쇠고기도 수입업체, 정육점, 백화점, 슈퍼마켓, 음식점 뿐 아니라 범국민적으로 유통구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광우병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음식물 유통과정에서 판을 치고 있는 악덕상혼(惡德商魂)이 하루빨리 퇴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