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공해, 이래도 좋은가
스팸공해, 이래도 좋은가
  • 거제신문
  • 승인 200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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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배 전 거제군수

우리는 공해의 구더기 속에서 사는 것같다. 분진 소음 황사 식수 음식공해에다 빛의 공해… 등등.

문명이란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구조적인 발전’이 아니라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구조적 그리고 정신적 공해의 발전’이라고 역설적으로 그 정의를 바꾸어야 할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우스갯말로 ‘인간이란 지구를 파멸하기 위해 파견된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지구상에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이 생태계에 순응하면서 지구를 보호하는데 이바지하고 있지만 유독 인간만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공해를 발산하고 지구를 괴롭히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갓 농담이겠지만 이제는 급기야 인간이 제조한 공해가 인간 자신을 못살게 굴게까지 되어 짜증스런 도가 극에 달했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신종공해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그것은 바로 ‘광고공해(廣告公害)’이다.  아침에 신문을 챙기노라면 신문의 양보다 부피가 더 많은 소위 찌라시(광고로 뿌리는 종이라는 일본말)라는 것을 추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기다리고 있고 아파트 문을 드나들 때마다 온통 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물들, 우편함에서도 매일 한 아름씩 광고물을 안고 집에 와서 내용물을 확인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을 뺏긴다.

광고공해는 한 걸음 더 발전하여 소위 말하는 스팸(spam·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대량 살포되는 광고용 전자 메일)이라는 신종 광고공해 즉 스팸공해(spam pollution)가 기승을 부린다.

컴퓨터를 열면 불청객인 광고사이트가 제 먼저 나타나서 일을 방해하고, 한창 글을 쓰던지 자료를 뒤적이고 있으면 예고 없이 광고문이 튀어나와 일을 방해하며, 막상 이메일 사이트에는 진짜 메일보다 광고메일로 가득 차 있어 짜증스럽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가 울려대서 번호를 확인하면 060… 이라는 전화번호가 뜨는데 이것은 성인광고라고 한다.

휴대전화의 수신함을 열어보면 금융대출광고, 성인광고 등 스팸메일로 가득 차 있어 이것들을 지우는 것이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버렸다.

컴퓨터의 경우 어느 ‘스팸메일차단 서비스업체’가 조사, 분석한 결과 직원 2,500명 규모의 기업을 기준으로 할 때 스팸메일로 인한 연간 노동손실이 6억원에 달하고 1억2천만원의 부대비용이 든다고 하며, 세계적으로는 연간 5백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니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 피해는 엄청난 것이다.

이런 스팸을 차단하는 기술이 발달하면 스팸의 송신기술은 한 걸음 앞서 발달한다고 한다.
요즘 같이 휴대전화나 컴퓨터가 일상의 필수품이 된 지금에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 두어도 괜찮은 것일까.

문명의 이기(利器)란 과학의 힘으로 사람에게 편리를 주는 온갖 기구들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이 공짜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예를 들면 비행기나 차를 타면 그냥 걷는 것보다야 몇 백 배로 편리해서 문명의 이기인 것은 틀림없으나 여기에는 교통사고라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사고방지를 위한 법규가 있고 그것을 지키는 노력이 없으면 대량 살상이라는 재앙을 치러야 하는 것이며,

공장을 건립하면 인간에게 편리한 것을 생산할 수 있지만 공장공해를 방치하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지구의 파멸도 초래할 만큼 심각하기 때문에 공해방지를 위해서 자본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듯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도 그것들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다고는 하겠지만 그에 따르는 폐단을 제거하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량없는 짜증과 수많은 경제적 손실 등 부작용을 감수하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모든 공해가 그러하듯이 이 스팸공해도 적절히 대처하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단순히 짜증스러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우리에게 끼칠 것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스팸메일을 보내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광고용 이메일을 보낼 때에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온라인우표를 붙였을 때만 배달되도록 하는 ‘온라인우표’ 제도를 국내에서 2002년 4월에 세계최초로 도입했다가 업계의 저항에 부딪혀 2005년 6월에 폐지됐다고 한다.

아무튼 다각적인 연구와 검토를 통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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