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우리 이름으로 뒷간이다.
뒷간은 「뒷물을 하기 위한 공간」을 뜻하기도 하지만, 항문이 뒤에 있으므로 「뒷일을 보는 공간」도 된다. 순천 선암사의 「뒤깐」은 문화재자료 제214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유명하다.
뒷간 말고도 경상도에서는 「통시」라고도 한다. 누가 그러기를 똥은 ‘통’하고 떨어지고 오줌을 눌 때 ‘시’라고 해서 통시라고 한다는데 이건 웃자고 한 이야기고, <제주의 민속>이라는 책에 「정지와 멀리 떨어진 울담에 덧붙여 위치한 변소와 돗통(돼지막)을 통시라 한다.」고 했으니 통시는 주로 제주에서 많이 쓰던 말이다.
그 밖에도 남향집에서는 대부분 바람이 잘 통하는 서쪽에 위치한 탓에 「서각(西閣)」, 본체에 붙여지은 딸린 집이라서 측간(厠間), 측소(厠所), 측실(?室), 측옥(厠屋)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몸을 정하게 한다고 해서 정방(淨房), 정랑(淨廊)이라는 이름도 종종 보이고, 북한에서는 위생실이라 부른다.
충남 금산 보석사(寶石寺) 화장실에는 입구에 「다불유시(多不有時)」라고 적혀 있는데 심오한 경구가 아니라 영어의 약자 「WC」를 소리로 적은 해학이다.
대개 절집에서는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다. 「근심을 푸는 곳」이니 당호치고는 여간 멋진 이름이 아니다. 본래 이 말의 출처는 경봉스님께서 「근심 걱정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도 닦는 거야.」하는 말씀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변소(便所)라는 말은 일본강점기 때부터 쓴 일본식 이름이고, 화장실(化粧室)은 영어의 “A water-Room” 또는 “A dressing-room”을 한자로 의역한 말이다. 사람이 일생 중 화장실에서 보내는 평균 시간은 남자는 291일, 여자는 376일이고, 1회 평균 이용 시간은 남자가 1분21초, 여자는 2분31초라고 한다.
따라서 공중화장실에 가면 남자칸은 한산해도 여자칸은 붐비는 이유가 남여화장실의 비율을 같게 한 탓이라고 지적하며 여자화장실의 변기를 늘리라고 여성단체의 압력이 일리는 있어 보인다. (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