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어느 게 맞는 말입니까?
시장님, 어느 게 맞는 말입니까?
  • 거제신문
  • 승인 2008.0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옛날에 어떤 부자가 살았다. 재산은 많았지만 불행하게도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나이 70에 아들을 얻었다. 부자는 유언장을 작성해 놓고 얼마 후 죽었다. 가족들이 유언장을 공개했더니 거기에는「七十生子非吾子家産傳之서他人勿犯=칠십생자비오자가산전지서타인물범」이라는 열여섯 자만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사위가 장인께서 재산을 나에게 물려준 것이라 하며 모든 재산을 차지했다.

근거로 「七十生子/非吾子/家産傳之서/他人勿犯」이렇게 띄어놓고 풀이하면 「칠십에 아들을 낳았는데/내 아들이 아니다./가산을 사위에게 전하노니/타인은 범하지 말라」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아들이 장성하여 매형을 상대로 원님에게 재산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근거로 「七十生子非吾子/家産傳之/서他人/勿犯」이렇게 띄어놓고 풀이하면 「70에 아들을 낳았다고 내 아들이 아니겠느냐/가산을 전하노니/사위는 타인이니/범하지 말라」가 된다.

원님은 아들의 손을 들어 주었고 부자의 재산은 지켜질 수 있었다.

2.
「블루시티 거제(Blue-City GEOJE)」라는 브랜드가 올 6월 「2008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심사는 주최측의 700만 회원과 16세 이상 네티즌을 조사대상으로 했고, 평가기준은 소비자의 만족도와 기억력에 따른 인지도를 기준으로 최고의 브랜드를 선정한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장한 쾌거에 손뼉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 뿐만 아니다. 「국내 75개 도시를 대상으로 향후 지속가능한 도시 경쟁력을 연구한 결과 거제시의 미래 경쟁력이 경남도내에서 가장 높고, 수도권 주민들은 경남 도시 중에서 아름다운 휴양지로 거제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니 거제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3.
부자의 지혜가 훗날 재산을 지킬 수 있었고, 「Blue-City GEOJE」라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언어구사가 거제시민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그런데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독자들이여! 저랑 함께 잠시 편안한 마음으로 길을 떠나 봅시다. 거제로 들어오는 입구는 참으로 밋밋하기 그지없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조형의 멋이라고는 아예 생략된 매우 실용적인 다리 그 자체일 뿐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대형 간판이다.

「조선해양휴양도시」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거제시가 표방하는 도시의 지향점을 단순명쾌하게 보여준다. 누가 제작하였는지 그것과는 관계없이 첫 시작부터 거제의 정체성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차는 신호등 없는 국도 14호선을 타고 기분 좋게 달린다. 성포 고갯길에서는 차도 숨이 찬지 잠시 헉헉거린다. 그 오르막의 끝에 또 하나의 대형 간판이 반갑게 맞는다. 「관광휴양도시」라는 큰 글씨가 거제를 알린다. 참 친절한 안내판 덕에 운전이 심심치 않다.

이제 차는 장승포와 시청 쪽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는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거제 상징 조형탑이 있는 곳이다. 거기 오른쪽 벽면에 타일글씨로 「해양관광휴양도시」라고 적혀 있다.

이제 슬슬 이상한 감이 온다. 좀 헷갈리는 게 아리송해진다. 비슷비슷해서 같은 말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차는 시외버스 주차장 앞길을 지난다. 거기 도로의 가드레일에 「해양관광도시」라고 표기해 놓았다.

그런데 같은 가드레일인데 중곡동 들어가는 삼거리에는 「관광해양도시」라고 적혀 있다. 대교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그 표기법이 무려 다섯 가지나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왜 웃음이 나왔는지 나도 모른다. 정말 그냥 웃고 말 일인가?

어떤 이는 그럴게다. 그게 그거고 그 말이 그 말인데 뭐 대수냐고. 그러나 말이란 「아」다르고 「어」다르며, 앞서는 말과 뒤따르는 말의 의미가 다르고, 독립변인과 종속변인의 주종(主從)관계가 다르고, 말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추구하는 목적이 달라진다.

그래서 묻고 싶은데요. 시장님, 어느 게 맞는 말입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