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斷想
소록도 斷想
  • 거제신문
  • 승인 200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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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거제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중앙병원 앞 흡연, 휴게실. 한적하여 어딘들 담배 피지 못하랴만 굳이 들어선다.

창이 열려져 있는 아담하고 썰렁한 공간은 담배 연기 대신 금목서 향이 가득 찼다. 관악기 연주음에 실려 몇 그루의 솔松을 거친 갯내음도 묻어온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홍콩의 허브, 카이탁 공항 미로迷路의 끝에 세평 남짓한 흡연실이 있었다. 덩치 큰 갈색의 잠바들 속에 케세이퍼시픽 항공 제복을 입은 조그만 앳된 소녀가 눈을 허공에 대고 담배 연기를 올리고 있었다.

외지고 서러워서 더욱 정갈해진 오솔길에서 만난 수녀님은 금목서, 은목서의 전설을 담담히 전해주는데 오히려 가슴 아려오고, 그 너머의 중앙공원에는 일제는 가고 황금편백이 가을을 자랑한다.

아 한하운님은 찌까다비 벗을 때마다 발가락 하나씩을 황토에다 묻고 초연超然한 파랑새가 되어 피안彼岸으로 날아들었지만, 세워져 있는 어느 누구의 시비詩碑보다도 더욱 육중하게 대지 위의 반석盤石으로 시가 되었다.

한센병 어르신 몇 분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보리피리 피일릴리리 읖조리며 누워 계신다. 소록 소오록 사오록 싸으륵 사르륵, 첫눈이 오실 때에도 보리피리 피일릴리리 불고 계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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