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후반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후반전
  • 거제신문
  • 승인 200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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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강 옥포교회 담임목사

안델센의 동화 중 <빨간 구두>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옛날에 아름답고 귀여운 카렌이라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카렌은 집이 가난해서 여름이나 겨울이나 늘 맨발로 다녀야 했습니다.

그런 카렌이 엄마가 죽은 후 온화한 노부인과 같이 살게 됩니다. 이젠 예쁜 옷을 입고 책을 읽고 재봉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숙녀로 자랐습니다. 노부인은 카렌을 위해 빨간 구두를 사주었습니다. 그 때부터 카렌은 그 빨간 구두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그 구두를 신고가면 자신이 돋보이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카렌은 이상한 병사를 만납니다. 이 병사가 손바닥으로 카렌의 신을 톡톡 치자 이상하게도 춤추는 발이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구의 조정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카렌을 붙잡고 빨간 구두를 벗기자 겨우 발이 잠잠해 졌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카렌은 빨간 구두에 빼앗겨버린 마음을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마을에 성대한 무도회가 열리자 카렌은 결국 빨간 구두를 꺼내 신고 말았습니다.

그 구두를 신고 카렌은 무도회에 가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춤추기를 멈출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카렌은 깜짝 놀라서 빨간 구두를 벗으려고 했지만 빨간 구두는 더 단단히 달라붙어서 벗겨지지 않았습니다.

밭에서도 초원에서도, 비가 오나 맑으나, 밤과 낮으로 계속 춤을 추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카렌은 결국 구두를 벗기 위해 그 발목을 잘라버리게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동화작가 안델센이 말하고 있는 빨간 구두는 무엇일까요? 인간이 가진 탐욕과 허영심이 아닐까요? 사람들은 탐욕과 허영심이라는 빨간 구두를 신고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탐욕과 허영심이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삶의 의욕을 줍니다.

그래서 좀처럼 그 탐욕과 허영심을 벗어버리지 못합니다. 탐욕이 주는 마음에 따라 살아가고 춤춥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극적입니다.

발목을 자르고서야 겨우 구두를 벗었던 소녀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통과 공허함이 남을 뿐입니다. 실패가 주어집니다.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제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초입니다. 말하자면 2008년의 후반전을 시작하는 시간이지요.
혹시 2008년도 전반전을 욕심과 허영심의 구두를 신고 그 장단에 따라 쫓기듯 분주하게 춤추며 살아오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다가 처음 전반전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과 기대와 계획과는 많이 다른 결과를 얻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제 2008년의 후반전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한 잠깐의 하프타임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하프타임 때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탐욕과 허영심 대신에 감사와 기쁨, 행복과 소망으로 채워야 합니다. 삶에 대한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2008년의 후반전에 멋진 역전골을 얻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종료 휘슬이 울릴 때 힘없이 고개를 숙인 채로 허무하게 운동장에서 퇴장하는 괴로움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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