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데없이 삼성중공업이 오는 2012년까지 5,517억원이란 거액의 사업비를 들여 고현항 49만939㎡를 매립하겠다며 거제시에 사업제안을 해 온 것이다.
삼성측은 이같이 엄청난 일을 자신들이 활용하기 쉬운 지역 언론만을 통해 슬그머니 흘리더니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한 달도 채 안돼 시와 사업을 위한 협약까지 체결했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힐 정도다.
언제 거제시가 시민들의 민원이나 인·허가 문제를 이같이 속시원하게, 그것도 요구대로 받아들여준 사실이 있는지 묻고 싶다. 시민들이 이같은 이상한 내용을 접한지는 한 달은 커녕 겨우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철저하게 거제시와 모든 일을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삼성측이 밝힌 정확한 매립위치는 현 삼성호텔 밑 바다에서 오비리 모래하치장 인근에 이르는 대규모 공유수면 이다.
그런데 시민 입장에서 볼때 도무지 납득 가지않는 부분이 있다. 영문도 모르는 시민들을 볼모로 시가 삼성측의 철저하게 잘 꾸며진 시나리오에 멋지게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바다가 마치 삼성조선소 것인냥…. 그동안 고현만이 기업의 이윤논리에 따라 야금야금 잠식 당하고 있는 것 자체만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마당에 이제는 거제시의 심장격인 고현항까지 손쉽게 삼키려 한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지역경제에 나름대로 이바지 해 온 것은 인정하지만 그동안 삼성중공업이 진짜 거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는지 묻고 싶다. 그러나 시민들은 답변은 부정적이며 시선은 따갑다. 그것도 세계 2위 조선소로 우뚝 선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왜 이렇게 형편없이 추락했는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 병원까지 건립해 가며 나름대로 기업의 사회적 윤리를 지켜준 인근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해 보면 결코 시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설 수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고현항은 해양수산부 시절 많은 용역비를 들여 이미 세밀한 정비계획을 세워놓고 차근차근 사업이 진행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매립계획 발표와 협약서 체결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시민들은 시가 삼성측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며 분개해 하고 있다.
아직 결정난 사항은 아니지만 협약서가 가지는 효력에는 우선 협상권 등 제안자에 유리한 점이 많다.
독봉산 일부를 파내 고현항을 매립하고 여기에 상업용지(47%)와 기반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사업 우선권을 쥐기위한 얄팍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시가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려한다는 의혹을 저버릴 수 없다.
시민들의 뜻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체결한 ‘고현 werterfront city 조성협약’은 그래서 무효화 돼야한다.
삼성중공업이 아무리 능력있고 제안한 내용이 좋더라도 시민들을 외면한 채 비밀리에 이뤄진 협약은 훗날 많은 문제발생 여지를 안고있기 때문이다.
꼭 고현만을 매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시의 100년대계를 내다보고 심사숙고 한 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전문가와 시민들로부터 수많은 제안을 받아 가장 능력있고 시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에 사업을 맡겨야 함은 당연하다. 이같은 사업이 민자유치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고현항부터 살리는 것이 우선
국제무역항인 고현만이 악취를 풍기며 죽어가고 있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시가 종합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해 가동중에 있으나 고현항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 그동안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공유수면 매립과 점사용허가로 물흐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침전물이 썩어면서 기포와 함께 풍기는 악취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는 고현만 매립이전에 피해영향조사부터 실시함이 우선일 것이다.
조사 후 책임이 있다면 준설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좁아지는 항로와 사라지는 고현만을 생각해 보면 거제의 옛 향수도 사라질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
거제시와 의회의 각성 필요
지심도 관리권 이관문제 조차 해결 못하는 시가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관대한지 알 수 없다.
김용철 변호사 사건으로 알려진 개인연봉과 향토기업 운운하며 지역에 환원한 기업이윤을 비교해 본다면 왜 이같은 시민들의 불만이 거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지역내에서 발생하는 작은 일에도 일일이 참견해 오던 의회의 움직임은 더욱 이해가지 않는다. 평소에는 범도 때려 잡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오던 의회가 아니던가.
의회는 집행부인 시의 잘못된 부분을 과감하게 지적하면서 공청회 등을 통한 납득할 수 있는 대안제시에 앞장서야 한다.
촛불집회 떠올리며 서두르지 말아야
삼성중공업의 고현만 매립제안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아무리 타당성 있는 사업이라도 납득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꼭 필요하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에 의한 사업주체 선정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특혜의혹도, 시민 불만도 사라지게 된다. 현재로서는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논리가 우세하다. 촛불집회가 왜 일어났는지, 종교인들과 지식인들이 왜 촛불을 치켜들고 거리로 나섰는지 시와 삼성측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