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의회가 도대체 어느 시대로 역류하고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제5대 거제시의회 하반기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각 상임위 위원장을 뽑는 선거의 후유증이 본회의조차 무산시키는 등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의회가 밥그릇 다툼을 하는 꼴로 비춰진다.
우리나라 지방의회 부활이 어언 18년째며 제5대 거제시의회도 임기 4년 중 절반을 보낸 시점이다. 때문에 제아무리 초선 의원이라 할지라도 이젠 개개인마다 고감도의 의정활동이 뿌리 내릴 때다.
그런데 아직도 자신들의 자리다툼에 시민 편의는 안중에 없다.
거제시의회의 파행을 지켜보면「돌쟁이, 배우라는 일은 안배우고 눈 깜박거리는 것부터 배운다」는 우리의 속담이 제격이다.
지방의회의원도 명색이 정치인이랍시고 싸움질만 잘도 하는 중앙 정치인의 못된 짓거리부터 배웠다는 것이 더더욱 실감난다.
자신들 입신에 눈먼 의회
우리사회는 약속이 지켜지기에 지탱된다.
반대편을 오가는 차량들이 서로 역주행 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들, 사람과 사람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 선생님을 믿고 아이들의 교육을 맡기는 것, 이런 믿음과 약속들이 바로 우리사회의 질서를 지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제5대 거제시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거 관련, 깨진 약속은 의정 질서조차 흐렸다. 우선 야당의원들에게 총무사회위원장과 산업건설위원장 자리를 양보하겠다던 한나라당 비주류 측 의원들의 약속은 그 어떤 변명이나 사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
특히 야당 의원들의 힘을 빌어 의장, 부의장 등 자신들의 자리를 꿰차고는 야당 의원들의 위원장 당선은 책임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입신(立身)을 위해 신의도 초개 같이 버렸다는 시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더구나 이는 지역사회에 팽배한 불신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지방의회는 오직 시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자신들의 입신에 눈먼 의회가 되어서는 안 되며 더구나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독초(毒草)가 되어서도 안 된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추태
끝까지 의장 출마를 고수하던 이상문 의원이 윤영 위원장을 면담한 후 자신의 정치진로를 부의장으로 선회했으나 투표 결과는 총 13명중 3명의 지지를 얻는데 그치며 실패, 자신이 몸담았던 야당과 최근 당적을 옮겨 온 한나라당을 빗대 「친정집이 미운지 시가집(한나라당)이 미운지 모르겠다」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번 의장 출마 동기가 차기 시장선거를 위한 발판이었음이 드러나 ‘떡 줄 시민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비난도 거세다.
그는 동료의원들에게 의장 이후 시장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표명해 왔던 것으로 전해져 애시 당초 ‘마개부터 시었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상문 의원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며 지역사회를 걱정하고 애향심 또한 남다름을 인정받는 지도자다.
경거망동보다는 차분히 시민을 위해 좀 더 열심히 봉사하다 보면 시민들의 손에 떠밀려 자동적으로 시장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시민과 거제시의 미래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고 재 다짐하는 자세, 신뢰를 더욱 중시하는 지도자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화합이 가장 시급
거제시의회 본회의장을 비롯한 전체 공간은 의원들의 다툼의 장소가 아니다.
오로지 시민의 행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야 하는 장소다. 더구나 민심을 받아들여 지역발전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야합, 불신, 등원거부 등 지난날은 훌훌 털고 의원 본연의 임무에 복귀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특히 옥기재 의장은 파행 의회를 바로 이끄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모든 잡음은 잠재우고 화합을 우선해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의회라는 집안조차 다스리지 못하고 거제의정을 논한다는 것은 무리다. 의회 수장인 의장이 파행의 길로 치닫고 있는 거제시 의회를 제자리로 돌려놓지 못한다면 제5대 거제시의회 하반기 당선된 의장단을 비롯 각 상임위원장은 모두 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