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약초를 캐기 위해 깊은 산 속으로 갔다가 그물에 걸려 울고 있는 파랑새를 구해 주었다. 며칠 후, 파랑새는 은혜를 갚기 위해 나타나 샘물로 인도한다.
그 샘은 옥처럼 맑고 푸른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때마침 목이 마른 참이라 우선 목부터 축였다. 그런데 물을 마시고 난 할아버지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주름살이 없어지면서 젊어지는 것이었다. 물을 마시고 젊은이가 된 할아버지는 집으로 오자 할머니가 못 알아볼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데리고 가 그 샘물을 마시게 했다. 그러자 할머니 역시 곱디고운 젊은 색시로 변했다.
이 마을에 아주 욕심 많은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젊어지는 샘물 이야기를 듣고는 달려가 얼마나 물을 퍼 마셨던지 아기가 되어 버렸다. 이제 젊은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아기가 된 욕심쟁이 영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래동화가 있다.
그런데 그런 전설의 배경설화 샘물터가 있다니 참 놀랄 일이다. 개성의 박연폭포(朴淵瀑布)에서 산길로 2㎞ 정도 올라가면 북한의 국보유적 142호인 관음사(觀音寺) 절집 대웅전 오른쪽에 쪽박으로 물을 떠먹을 수 있는 작은 샘물이 있다.
북한식 특유의 억양을 가진 예쁜 북한 아가씨의 설명에 의하면 한 쪽 먹을 때마다 10년씩 젊어진다고 하며 위대한 수령님도 이 물을 마시고 젊어지셨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어지는 샘물에 대한 관심은 똑 같다. SF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3편 「세상의 끝에서」에 나오는 청춘의 샘이 바로 젊어지는 샘을 말하며, 콜럼버스의 두 번째 신대륙 항해는 바하마 제도의 비미니 섬에 존재한다고 전해오는 젊어지는 샘물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며칠 전 필자는 개성에 가서 그 샘물을 마셨다. 많이 마시고 싶었지만 욕심쟁이 할아버지처럼 될까봐 두 쪽만 마셨다. 그러니까 20년은 젊어졌을 게 틀림없다.(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