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용을 표방한 이 정부는 공무원을 줄이고, 친미와 친일관계의 복원을 외치고, 중국과의 선린외교와 북한에 대한 등가교환의 원리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유가가 치솟고, 미국과의 관계는 쇠고기 파동으로 스타일만 구긴 꼴이 되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외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독도가 일본 땅 이라고 하는 일본정부를 믿고 미래를 논할 수도 없게 되었다.
사천성의 지진현장에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관심과 도움을 주었어도 중국정부는 냉랭하게 바라보았다.
북한외교의 일관된 목표는 소위 ‘통미봉남(通美封南 : 미국과 직접 통하고 남한을 배제시키겠다는 외교정책)이라는 원칙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은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북한의 지휘체계로 보더라도 일개 초병이 관광객에게 총질을 하여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을 거의 얻어내고 있는 시점에서 남한정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고, 이명박정부의 대 국민 지지도가 떨어진 이 시점에서 이 정부의 대북한 대처능력을 시험해 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남한 정부는 결코 이 사건이 유야무야한 쪽으로 마무리 되더라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관광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독도발언(정책)은 오래전 이미 계산된 것이다.
늘 우리는 감정적으로 대처해 왔고, 일본은 착실히 국제적인 지지와 조건을 유리하게 만드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독도를 자기들 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1905년부터 시작해왔으니 100년을 넘었다. 세계사람들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일본해 속의 다케시마라고 당당히 홍보하고 있고, 세계인들은 그렇게 받이 들이고 있다. 우리는 지난 정부 때 독도의 영유권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한일 공동어로수역으로 독도를 포함한 동해바다를 일본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그 바다는 세계의 대부분의지도에는 일본해라고 명기되어 있다. 한국은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명박정부에서는 독도관련 기구들을 축소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다는 이유에서 이다.
왜 이렇게 되고 있는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치에는 아주 나쁜 병폐가 있다. 이것이 정치를 후진적으로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의 모든 정책은 무조건 잘못된 것인 양 지워 버리고 새롭게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검증되지 않은 것은 새로워 보일지는 모르지만 실패의 위험을 수반한다. 한 나라의 국민전체를 놓고 벌이는 어떠한 정책도 실패라는 단어를 남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국가는 보수적 기반위에 진보적 정책을 점진적으로 받아들여 안정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공무원을 줄이고, 기구를 축소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며, 전 정부의 모든 정책을 다 바꾸는 것이 잘하는 일도 아니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더 많이 일하게 하고, 기존의 정책을 받아들이면서도 좀 더 개선할 점을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다.
국민은 잘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세상을 좀 공평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不患貧, 患不均 : 論語 : 가난 한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한다.)
이제 장마도 끝을 내려는지 매미소리가 시원하다. 우리사회와 나라 잘 되기를 걱정하며, 오랜만에 백거이(白居易)의 7언절구를 듣는다.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痴人(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불같이 좁은 곳에서 무얼 다투나. 부싯돌의 불꽃처럼 짧은 내 인생인데.
부유하던 가난하던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입벌려 웃을 줄 모르면 그 역시 바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