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몽돌이 몽순이를 우짜꼬
우리 몽돌이 몽순이를 우짜꼬
  • 거제신문
  • 승인 2008.07.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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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규 칼럼위원

중학교 2학년때였으니까 1960년대 중반이리라. 장승포 대우조선이 있는 아양리에서 자란 나는 그때까지 학동이나 해금강을 가 본 적이 없었다.

육로나 교통편이 좋지 못했던 그 시절, 배편으로 처음 학동해변에 닿았을때 나는 깜짝 놀랐다. 수많은 군중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듯 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파도가 칠때마다 마치 나를 반기듯이 열렬이 이어지는 몽돌의 환호성에 잠시 넋을 놓고 황홀경에 빠진 적이 있다. 그리고 학동 뒷산의 반짝이는 동백숲과 멋지게 이어진 능선의 모습은 그날부터 늘 내 마음 속에 새겨져 있다.

또한 해마다 그 숲을 찾아오는 팔색조의 존재를 알게되었을 때 내 고향산천의 탁월한 조화와 아름다움에 한없는 자부심과 애향심을 갖게 되었다.

몇 년전 어느 비오는 날 집으로 오는 골목길 옆 돌무더기 속에 학동 몽돌 몇 개가 함께 버려져 있었다. 내 집으로 가져온 그 몽돌들을 비누로 씻어 장식장 귀퉁이에 모아 두었는데 주변과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볼 때마다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 어느날 학동으로 가는 길에 그것들을 봉지에 싸 가서 발치 바닷물에 던져 주었는데 금새 섞이고 어우러져서 어느 놈이 우리 집에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반갑다고, 고맙다고 또 큰 박수를 치며 환호작약하는 것이었다.

아! 그런데 그날 나는 새삼스럽고 놀라운 발견을 했다. 몽돌밭(거제의 통용어를 그대로 씀)이 맨 처음 내가 학동에 왔을 때 보았던 것보다 그 크기와 양에서 현저히 줄어든 것을 느꼈고, 그것을 학동에 사는 나이든 분에게 물어보니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 분의 말씀으로는 “내가 어렸을 때에 비하면 얼추 절반이나 굴었지(줄었지) 싶은데, 일제 때 왜놈들이 지심도 해군기지 건설용으로 마구 퍼다 썼고, 그 뒤 얼마동안 인근 주민들이 건축용 등으로 가져 갔지만 지금처럼 눈에 띄게 줄어든 적은 없다”고 했다.

몽돌이 줄어든 원인은 사람 때문이었다. 일년에 학동에만 5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녀가는데 몽돌을 한 개도 가져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처음 온 사람들, 특히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대부분 몇 개씩 가져간다고 한다.

심지어 배낭에 가득 담아가다 걸린 적도 한 두번이 아니라고 하니 해마다 적어도 50만개 이상은 사라진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것이 수십년간 계속되어 누적된다면…? 날이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 질 것이다. 누군가 학동 몽돌을 ‘흑진주’라 표현했다.

그만큼 아름답고 귀하다는 뜻이리라. 그렇다. 학동뿐 아니라 거제도 해변 곳곳의 몽돌은 단순한 돌이 아니다. 그것은 수십만년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인 태고(太古)때부터 끊임없이 파도에 깎이고 연마되어 지금처럼 검고 단단하고 둥근 것이 되었으리라.

몽돌 하나하나가 거제도의 생성연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인고(忍苦)의 역사를 넘어서고 무량세월을 간직한, 몽돌 그자체로 작은 거제도가 아닐까. 그리하여 그것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함축하여 나타내는 최고의 결정체가 아닐까.

나는 감히 거제시민들께 묻고 싶다. 자기 집안에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보물을 누군가 말없이 가져간다면 어찌할 것인가를. 더구나 그 보물이 앞으로 자손만대 잘 보존하여 고이 물려주어야 할 것이라면 어떤 태도와 자세로 지켜야 할 것인가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쉬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자연유산을 이토록 소홀히 하여 망가뜨려 놓고도 감히 관광거제를 말 할 수 있는가를. 일찍이 풍성한 몽돌밭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과 먼 훗날 후손들이 그 좋던 몽돌밭이 어찌 되었는지 물을 때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를….

몽돌밭들을 생각할수록 안타까움과 자괴감이 앞서지만 이제는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힘쓰는 수밖에 없다. 온 거제시민들은 몽돌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함과 아울러 그에 따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첫째, 학동 등의 몽돌밭을 더이상 캠핑장으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몽돌을 무단으로 가져갈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오염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범시민적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연중 내내 시민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외지인들이 엄격한 우리 시민들의 눈을 의식하게 해야 한다. 거제시민들의 차량에 “몽돌은 거제시민의 보물입니다. 가져가면 훔쳐가는 것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셋째, 몽돌 되돌리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 외지인들이 가져간 몽돌을 제자리로 돌려주자고 권유하는 한편 전 시민이 자기주변에 있는 몽돌을 모아 제자리로 돌려주기 운동을 전개해 보자. 특히 수석을 하는 분(수석회원)들이 앞장 서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넷째, 거제시에서는 거제도내 각 해변의 몽돌을 상세히 조사하고 그에 대한 자료(몽돌백서)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몽돌 보존의 단초라 할 수 있는 현장기록이 거제시지 등 어디에도 없다. 명색 몽돌을 시의 상징물로 지정해 두고도 변변한 자료하나 없대서야 남부끄럽지 않은가!

학동 농소 여차 함목 내도 공곶이 망치 덕포 소동 하유 돌틈이 은방 파래올 저구 이제는 몽돌이 없어진 미조라와 아양·아주의 해변없이 거제도를 생각할 수 없듯이 몽돌 없이 위의 호명한 각 해변들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자연환경은 그 구성요소들이 온전히 제자리에 있을때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되고 완성된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모든 자연물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지금도 몽돌이와 몽순이가 고향으로,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지 않는가. 우리 몽돌이 몽순이를 우짜모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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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이 2008-08-03 12:49:18
저도 거제시에 사는 시민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되는 몽돌문제, 근데 제가 알기론
태풍 매미로 유실후 몽돌의 그 천둥소리가 없어진걸로 아는데 아닌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