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오뉴월 더위에 암소 뿔이 빠진다.」라는 말이 있듯 북한도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진다.」라는 비슷한 속담이 있다. 다른 해의 여름도 더웠지만 올해는 유독 더 심한 것 같다.
지난주 말복이었던 8일의 기온이 무려 35.4도로 최근 4년간의 말복더위로는 최고였다. 물론 온도계가 발명되고 나서 측정된 지구 최고의 더위인 1922년 9월 13일 멕시코 포트시에서 섭씨 58도까지 오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요즘 기온이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수준이니 퍼지기 꼭 알맞다.
우리네 선조들은 더위에 허약해진 심신을 보양하는 지혜로운 방법으로 삼복이라는 속절(俗節)을 생각해 냈다. 초복(初伏)은 하지(夏至)가 지나 세 번째 오는 경일(庚日)로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사이이며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으로 본다. 그리고 열흘 후 다시 돌아온 경일을 중복(中伏)이라 하는데 더위의 정점에 속한다.
입추(立秋)가 지나 처음 오는 경일이 말복(末伏)이다. 말복은 입추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중복과 말복 사이는 열흘도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무날 차이가 될 수도 있다. 참고로 작년에는 스무날 차이였고 올해는 열흘 차이다.
열흘 시차는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천간(天干)이 10간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고, 하필 경(庚)일을 선택한 것은 오행 때문이다. 여름은 불 즉 화(火)고 경일은 금(金)이다.
화와 금은 「불은 쇠를 녹이니 극한다.」는 상극금(火剋金)으로 양기의 손상이 가장 많은 날로 사람들은 더위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금(金)을 보하여 화(火)를 대적케 하는 방법으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원인 개고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럼 왜 하필 「개」냐고 개의 입장에서 항변도 할만하지만 억울하게도 복날의 복(伏)자는 사람인(人)과 개견(犬)이 합쳐진 회의문자로 개잡아 먹는 빌미로 이 보다 좋을 수 없다.
삼복 무렵이면 한쪽은 개고기 예찬을 한쪽은 협오식품이라며 기피하려는 두 부류의 논쟁이 더위보다 더 뜨겁다.(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