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대
다문화 시대
  • 거제신문
  • 승인 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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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영숙 칼럼위원

며칠 전 2006~2007년까지 상담소에서 진행했던 다문화 가정 여성들을 위한 하나둥지학교에 다녔던 필리핀 여성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자신의 한국어 수준으로는 힘든 속내를 어디에도 속 시원하게 표현할 수 없었는지 번역을 해야 하는 나의 부담도 아랑곳없이 A4용지 3장에 영문으로 몇 년간의 한국생활에서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깨알같이 적어서 보내왔다.

편지 내용의 골자는 이러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가 혼란스러웠는데 첫째는 언어문제이고 둘째는 유교적인 한국사회시스템에서 가족안에서나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매김이 어려웠고 셋째는 한국에서의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영역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한국인의 피부색과 비슷하게 태어난 아들에 대하여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성장하면서 아이가 인종차별과 놀림을 받지 않을까 염려되며 완전한 부모를 갈망하고  부모를 원망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것이었다.

지난 7월2일 통계청은 제13회 여성주간을 맞아 여성의 활약상과 모습을 담은 ‘200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2만9,140명이었으며 한국여성과 결혼한 외국남성은 9,351명으로 국제결혼 건수는 총 3만8,491건으로써 이는  2007년 총 혼인 건수 34만5,592건의 11.1%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1997년경부터 시작되어 2000년부터 본격화 된 우리나라의 국제결혼은 1997년부터 2007년 말까지 한국남성과 외국여성의 결혼은 18만6,758건이었으며 한국여성과 외국남성의 결혼은 같은 기간에 7만4,321건으로써 총 26만1,079건으로 나타났다.

통계와는 별개로 늘어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들까지 감안 한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다민족·다문화가 공존하고 있음에도 단일민족, 단일문화를 자랑해 왔던 우리국민들은 이를 수용하는데 인색하고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은 모국의 젠더구조에서 여성의 권리와 역할에 대하여 평등하게 교육받아온 가치관에서 가부장적이고 성별분리체계인 우리사회의 가치관을 수용하는 것이 힘들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는 갈등을 예고하고 있고 점차 후유증을 낳고 있다.

1997년부터 2007년 말까지 국제결혼을 한 26만1,079건 가운데 외국인여성과의 이혼이 5,794건, 외국인 남성과의 이혼이 3,034건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가정에서 출생한 자녀수에 대하여 집계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8만명이 넘고 있다는 자료를 본적이 있다.

조기교육과 지나친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에서 언어습득이 늦어지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교생활부적응은 상대적인 열등감을 갖게 하고 자칫 학력적·경제적 되 물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지난 8월 9일 시작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개최국 중국은 거대한 국토와 13억 인구의 위력에 걸맞는 장엄한 개막식 행사를 보여 주었다.

가장 중국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행사 가운데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대단한 규모의 공연이나 불꽃축제, 성화점화가 아니라 소수민족의 어우러짐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소수민족들의 움직임이 부담스럽게 작용하고 있고 국가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국가적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축제를 준비하고 치러야 함에도 국민의 정서를 신경 써야 했다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그들로 하여금 한국화를 유도하는 지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문화적 갈등과 그들의 한국사회에서의 부적응으로 인한 후유증을 줄이고 그들과 통합되는 체계적인 정책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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