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언제부터 불을 사용하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고고학자들은 대개 150만 년 전쯤으로 추정한다.
원시사회 사람들은 낙뢰나 삼림의 나무들이 바람에 서로 부대끼면서 불이 일어나고 난 뒤 그 곳에서 거칠고 딱딱했던 열매나 씨앗뿐 아니라 질겨서 먹기 힘들었던 짐승의 육질조차 부드럽게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씨를 동굴이나 움집에 두고 꺼지지 않도록 돌보게 된다. 이때 불은 단순한 불이 아니라 숭배의 대상인 성화(聖火)의 개념일 것이다. 추측컨대 원시모계사회의 출현은 불의 관리를 여자들이 맡으면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거처를 옮길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주부가 불씨를 꺼지지 않게 옮기는 일이다. 그런 탓에 지금도 이사를 하면 성냥이나 초를 비롯한 불과 관련된 용품을 집들이 선물로 가져간다. 훨훨 타오르는 불길처럼 사업과 가운이 번성하라는 의미겠지만 기실은 원시사회로부터 이어온 불씨 봉송의 원형적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즘은 이사할 때 솥단지를 먼저 옮기게 되는데 이런 습속은 모두 불씨 봉송의 변형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집안에는 가택신(家宅神)이 있는데 그 중에 부엌을 담당하는 조왕신(?王神)은 화신(火神)이며 건강신이며 여신으로 이사할 때 조왕신을 먼저 봉송해와 좌정시키는 것이 주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우리 민속에 불은 정화(淨化)의 기능이 있다. 불은 온갖 더러움이나 잡귀로 인한 재앙, 우환을 깨끗하게 해 준다고 믿었다.
초상집에 다녀오면 문 앞에 짚불을 피우고 훌쩍 뛰어넘게 하여 잡귀를 집안에 못 들어오게 하거나, 혼인 때 신랑이 신부집 대례청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기다렸다가 볶은콩을 던지는 것도 좋은 일에 마(魔)가 끼기 마련이라 흉마(兇魔)는 들어오지 못하게 불로 막는 비법이다.
지난 8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은 성화(聖火)에 불을 댕기면서 시작되었다가 불이 꺼지면서 끝나게 된다.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 대회부터 등장한 ‘성화 봉송’과 ‘조왕신 봉송’은 결국 같은 유감(類感)일 것이다. (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