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 마리아’ 교훈
‘레나 마리아’ 교훈
  • 거제신문
  • 승인 200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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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배 칼럼위원

무더웠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이제 여름이 물러 가려나보다.

여름방학에는 더위 뿐 아니라 아이들을 가진 주부들에게는 힘겨운 여름이었을 것이다. 과외수업, 그것도 한두 가지가 아닌 학원에 보내느라 바빴을 것이고 과외수업의 비용부담도 버거웠을 것이다.

지난 60년대에는 ‘왜 한국이 경제발전을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세계의 경제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지나친 고학력’이라고 평했고, 80년대에는 ‘어떻게 한국의 경제발전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높은 학력’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열이 이 나라를 세계 13대 경제강국으로 성장시킨 공은 분명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날의 단순경제 발전은 그랬다 치더라도 첨단기술과 창의력을 요하는 앞날에도 아이들에게 적성과 관계없이 마구잡이로 융단식 교육폭탄을 안겨도 되는 것일까.

그것도 모자라 요즘에는 학원 등록, 대학 강의시간표 짜주기, 자식의 월급 관리 등 아이들의 모든 문제를 챙겨주는 엄마들을, 자녀 일을 다 알아서 처리해 주며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챙겨준다고 해서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이라는 말까지 유행한다고 하니 이건 좀 지나친 것이 아닐까.

이렇게 극성스럽게 아이들을 공부에, 그것도 주입식으로 몰아넣고 있는 우리의 교육 결과는 어느 정도로 평가받고 있을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2008년도 세계 경쟁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교육분야 경쟁력은 조사대상 55개국 중 30위권으로 하위수준이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사에 새로 입사한 대학 졸업생들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실습 및 현장교육이 잘 못되어 있다’가 89%, ‘창의력 교육이 잘 못되어 있다’가 75%라고 하니 교육기관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겠는가.   

한 아이가 태어났다. 키 48㎝, 몸무게 2.4㎏, 팔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고 양어깨에 작은 돌기가 하나씩 있을 뿐. 오른쪽 다리는 정상이지만, 왼쪽 다리는 줄어든 것처럼 오른쪽 다리의 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왼발조차도 발끝이 정강이에 닿을 정도로 휘어져 있었다. 아이는 자라면서 군형 감각이 나빠 중심을 잃고 잘 넘어졌다.

어느 여름날, 가족이 이웃집에 초대를 받았다. 부모는 초대해준 분들과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아이는 잔디밭에서 그 집 아이들과 놀고 있다가 갑자기 넘어졌고 큰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쏜살같이 뛰어와 일으켜주기를 바랬는데 엄마는 도와주려 오는 대신 “저기 울타리까지 기어서 가보렴. 울타리에 기대면 일어날 수 있을 거야.”

아이는 그대로 따랐다. 그 엄마는 아이에게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아빠도 그가 중학 1학년을 마치자 교장선생님에게 이제는 그 아이에게 도우미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한 쪽 발과 어깨와 턱만 가지고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정상인 못지않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해냈다. 장애인 맞춤 차로 운전면허도 취득하고 신체장애자 세계 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상을 따내기도 했다.

그는 유명한 선교 음악가가 되었고, 드디어 정상인 음악가와  스톡홀름의 한 교회에서 800명 이상의 하객이 축하는 가운데 결혼식도 올렸다.

그는 인도, 일본 등 각 국을 돌며 순회공연을 했으며 몇 년 전에는 부산에도 공연차 들린 적이 있는 인간 승리자이다. 그는 ‘발로 쓴 내 인생의 악보’를 쓴 레나 마리아(Lena Maria)이다.

작은 구멍으로부터 한 마리의 누에나비가 나오는 것을 봤다. 작은 구멍으로 천신만고 끝에 나와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누에 새끼가 나오는 것이 너무나 고생스럽고 애처롭게 보여서 구멍을 가위로 크게 베어 주었다.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해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 크게 만든 구멍으로 나온 누에나비는 날개를 치기는 하지만 날아오르지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누에나비는 작은 구멍으로 고통하면서 힘쓰며 나와야 몸의 영양분을 날개 끝까지 보낼 수 있어서 날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날개도 좁은 구멍으로 나오면서 마찰이 되어야 날아오를 만큼 만들어진다는 것을 뒤에야 알게 된 것이다. 카프만이 쓴 ‘광야의 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교육도 각자의 적성을 살려 자율성과 창의력을 길러 줄 때 비로소 글로벌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이 될 것이고, 앞으로 어떠한 난관에 봉착해도 슬기롭고 창의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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