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고물가에 ‘절약’이 운전자의 화두가 됐다. 연비를 아끼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넘쳐난다. 이 중에는 옳은 것도 있고, 근거가 희박한 것도 있다. 또 속설대로 실행하기에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들도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이 자동차 연비 절약 6가지 속설을 검증했다.
1. 신호 대기 때 기어를 중립(N)에 놓는 게 좋다.기어가 주차(P) 또는 N에 맞춰져 있으면 엔진은 시동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만 회전한다.
반면 주행(D) 기어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달리려는 차량을 제어하는 셈이 돼 아무래도 연료가 더 들게 된다. 신호대기 상태에서 기어를 바꿨을 때 10∼15% 정도 연비가 좋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기어를 주행(D)에 뒀을 때 드는 연료는 미세한 수준이란 게 일반적이다. 오히려 기어를 중립(N)에 맞춘 것을 깜빡 잊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변속기에 충격을 줘 엔진 브래킷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교차로나 신호대기가 매우 긴 상황이 아니라면 기어를 주행(D)에 두고 브레이크를 밟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N에 맞추면 기름 절약
연비 절약을 떠나 결코 해서는 안 될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리막길에서는 승용차도 1t이 넘는 무게로 가속을 받기 때문에 제동력과 엔진의 회전수가 떨어지는데, 이때 공회전 조절장치가 이상을 일으켜 시동이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과열되고, 제동거리가 길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연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전자장치를 통해 내리막에서 연료 공급을 차단하거나 시동을 유지할 만큼 최소한으로만 공급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립(N)기어에서 공회전 때보다 연료가 더 분사되는 경우도 있다.
3. 고출력 앰프를 달면 연비가 나빠진다

문제는 사용량이 많아졌을 때이다. 이 경우에는 발전기 작동을 늘리기 위해 엔진의 힘을 빼앗는 구간이 늘어나 자연스레 추가로 연료가 소모될 수 있다.
용량이 큰 앰프를 달거나 개조를 잘못해 배선의 용량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에는 기름이 더 들 뿐 아니라 화재나 고장의 원인이 된다.
4. 기름은 절반만 채우는 게 연비 향상에 좋다?
기름양은 자동차 무게와 관계가 깊다. 차가 가벼워질수록 연비가 좋아진다. 트렁크에 짐이 적을수록 연비가 좋아지는 것도 무게 영향 때문이다.
독일 보슈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차량 중량이 10㎏ 줄어들면 연비가 약 6% 증가한다. 연료통이 100ℓ일 때 절반인 50ℓ를 비우면 차량 무게는 44㎏ 정도 줄어든다.
소형차일수록, 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운전일수록 연료통이 가벼운 게 유리하다.
반면 정체가 없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는 자동차가 계속 달리려는 관성을 받기 때문에 무게와 연비의 상관관계가 줄어든다.
5. 아침에 주유하면 기름 더 많이 넣을 수 있다
아침엔 기온이 낮기 때문에 연료 밀도가 높아져 연비에 유리하다는 주장이지만 검증된 바가 없다.
외부 온도에 관계없이 주유기를 통과하면서 연료의 온도가 비슷해져 별 차이가 없다는 견해도 있고, 일교차가 큰 더운 여름철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주유하는 시간에 따른 연료의 밀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의견이 있다.
바쁜 출근길에 주유를 하면서 미처 세차 할인권을 쓰지 못한다면 더 손해일 수도 있다.
세차 서비스를 2000원(1ℓ)으로 보고, 연료통을 60ℓ로 가정하면 밀도가 2% 이상 차이 나야 이익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 트렁크보다 차 안에 싣는 게 연비에 좋다
한 쪽 바퀴에 무게가 실리면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주행할 때 저항이 증가한다.
따라서 무게를 분산하는 게 연비향상에 도움이 된다. 무거운 짐을 옮길 때 트렁크보다는 실내에 싣는 것도 연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승용차는 대부분 앞바퀴를 굴리는 전륜 구동형이다. 따라서 무게 중심이 뒤쪽에 있으면 앞바퀴가 위로 들려 타이어의 미끄러짐이 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