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휘청 ‘거제119’ 비상등 켜졌다
인력난에 휘청 ‘거제119’ 비상등 켜졌다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8.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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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1명당 시민 1,868명 담당, 민원처리 실적 도내 2위 ‘살인적 업무’

조선산업 활성화로 인구유입 늘고 소방 대상물 급증 불구 인력확충 제자리

거제지역 소방공무원들이 살인적인 근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산업의 활성화로 인구유입은 계속되고 소방대상물은 급격히 늘어나 소방행정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소방인력 확충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거제소방서에 따르면 2008년 7월 현재 거제지역 인구는 21만3,052명인데 반해 소방공무원 수는 114명에 불과하다. 소방공무원 1명 당 거제시민 1,868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수치는 거제시보다 인구가 적은 인근 통영소방서(150명·고성군 포함)에 비해 36명이나 적고, 인구가 비슷한 양산소방서(122명)보다는 8명이 적은 숫자다.

또 인구가 15만을 넘지 않는 사천소방서(119명)와 밀양소방서(117명), 함안소방서(135명·의령군 포함), 거창소방서(119명·함양군 포함) 등과 비교해도 거의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이다.

소방활동 건수도 경남지역 16개 소방서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거제소방서가 집중관리하고 있는 소방대상물은 모두 7,573개소로 도내에서 네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1인당 66개의 대상물을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화재·구조·구급 등 소방활동 실적도 1만26건으로 5위를 차지하고 있고, 건축동의·완비증명·방염·위험물 등의 민원처리 실적은 2,349건으로 진주소방서에 이어 도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처리건수를 보이고 있다.

 

통영시 보다 소방공무원수 적어

창원과 마산 진주 김해 양산소방서 등 인구 20만이 넘는 소방서는 A급서로 지정돼 인력과 장비 등을 충원하고 있다.

그러나 거제소방서는 관할인구 20만 이상으로 3개과가 설치대상이지만 현재까지 소방행정과와 예방대응과 등 2개과만 운영되고 있어 동원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2008년 6월말 현재 거제지역 안전센터별 소방활동 현황에 따르면 24명의 소방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는 신현119안전센터의 경우 화재 39건, 구조 283건, 구급 1,374건 등 모두 1,696건의 활동실적을 보이고 있다.

하루 평균 9번 가량의 출동횟수를 보이고 있고 많을 경우 20여 차례까지 출동한다는 것이 신현119안전센터직원들의 설명이다.

신현119 안전센터 관계자는 “하루 10번이 넘게 출동을 하면 잠시 짬을 내 앉아서 쉴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면서 “구급대의 경우, 사고현장으로 가는 도중 또 다른 구급활동 신고를 접수받기도 하는 등 현장에서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또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지만 교육과 휴가 등으로 실제 근무인원은 10명 남짓에 불과해 늘 인력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다 여름 피서철이면 학동안전센터 등지로 인력이 차출돼 업무가 과중되는 일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다른 안전센터도 마찬가지다.

19명이 근무하고 있는 옥포119안전센터는 6월말 현재까지 1,257회의 출동횟수를 보이고 있고, 12명이 배치된 거제소방서 구조대와 장승포119안전센터는 각각 938건과 601건의 활동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인구증가 등으로 소방행정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방인력 충원은 부족해 근무여건은 계속해서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인력 뿐만아니라 소방장비 보강도 시급하다. 현재 2008년 7월 현재 거제소방서가 보유하고 있는 소방차량은 모두 펌프차 8대, 물탱크차 2대, 구급차 6대, 화학차 고가차 굴절차 구조차 행정차 지휘차 순찰차 진단차 화물차 각 1대, 기타 3대 등 모두 28대. A급서인 창원(51대)과 마산(52대), 진주(52대), 김해(50), 양산소방서(36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또 인근 통영(37대)과 사천(35대), 밀양(39대), 함안(35대), 창녕(32대), 거창소방서(41대)와 비교해도 그 수가 적다. 여기에다 내구연한이 경과된 노후차량이 전체의 46%인 13대에 달한다. 특히 펌프차와 화학차 9대 가운데 67%인 6대가 내구연한 경과 및 경제적 수리한계를 초과해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거제소방서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대형 물탱크차량 2대와 중형 물탱크차량 1대, 소방펌프차와 구급차 각 1대를 경남도에 요청해 논 상태”라면서 “이 가운데 중형 물탱크차량과 소방펌프차, 구급차 등은 배정이 승인됐지만 보강이 시급한 대형 물탱크차량은 언제 승인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특성상 지원체제 구축 어려워

인력과 장비부족 외에도 거제지역 소방공무원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은 다양하다. 도서지역의 특성상 재난발생 시 인근 소방서와 신속한 응원체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화재나 재난 상황에서도 통영소방서 외에는 지원활동을 기대할 수가 없다.  

또 신현과 옥포, 장승포 등 119안전센터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출동시간이 과다 소요, 소방력이 신속하게 집중되기 힘들다. 초기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화재사건이 발생할 경우 빠른 지원이 되지 않아 자칫 대형화재로 확대될 가능성을 늘 내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소방서 관계자는 “거제 도로는 경사와 커브가 심해 소방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운행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특히 국도14호선이 정체가 되면 사실상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태”라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각 지역에 설치된 119안전센터에서 해결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방도로 확보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거제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상가, 시장 등지에는 화재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소방도로가 개설돼 있지만 가는 곳마다 주차장으로 전락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소방출동로 확보가 불가능해 고층 아파트 단지 등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손쓸 도리가 없는 것이 거제지역의 현실이다.   

여름철 피서객과 관광객의 증가도 소방공무원들의 업무를 과중시키는 한 요인이다. 부족한 인원을 쪼개 학동과 구조라, 덕포해수욕장 등지에서 수상구조대를 운영하며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구조대로 차출된 소방공무원들은 휴가는 엄두도 내지 못할뿐더러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안전센터 확보로 소방 사각지대 줄여야

소방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해소를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충원은 물론 장목과 사등, 둔덕, 남부, 동부면 등지에 119안전센터를 확보해 소방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현재 연초119안전센터가 설치 중이어서 연초와 수양동지역 소방활동에 얼마간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안전센터의 경우 설치부지만 있으면 경남도에서 우선순위를 주고 있다. 때문에 거제시와 도의원, 지역주민의 긴밀한 협조로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센터를 확보할 수도 있다.

윤종암 거제소방서 예방대응과장은 “거제시의 경우 타 시군과 비교해 시민안전을 고려, 부지제공에 적극적”이라면서 “연초119안전센터 설치의 경우 시는 물론 김해연·조기태 도의원,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송종관 거제소방서장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 자체훈련을 강화해 멀티소방관을 양성하고, 의용소방대 활용 등 인력운용 효율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자체 진화대책과 최신장비를 보강해 시민 안전과 화재사고 대응능력을 한층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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