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태풍매미 소송비 시민에 청구 ‘물의’
한전, 태풍매미 소송비 시민에 청구 ‘물의’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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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확정판결 후 1년이나 지난 뒤 시민대표에 항소비용 부담 요구

유사 사건 발생 시 시민소송 막기 위한 사전압박 및 엄포용 추측

▲ 한전이 태풍 매미와 관련한 소송비용을 당시 시민대표에게 청구,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9월 무려 90시간 계속 단전이라는 사상 최악의 사태를 불러왔던 통영시 용남면 야산의 한국전력 거제 배전용 15만3,000㎾짜리 대형 송전탑이 쓰러진 모습.
한국전력이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송전탑이 무너지면서 거제전역이 5일 가량 정전된 사건의 소송과 관련해 확정판결 후 1년이 지난 뒤에야 당시 원고측인 시민대표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김&구 종합법률사무소 김한주 변호사는 지난 5일 “한전이 태풍 매미 관련 소송이 끝난지 1년이 넘은 지난달 21일 항소비용 1,240여만원(변호사보수, 성공사례금, 인지송달료)을 당시 7,213명의 시민대표였던 옥모씨에게 청구 해왔다”고 밝혔다.

거제시민들과 한전 측이 벌인 소송의 핵심은 태풍 매미로 송전탑이 무너져 정전을 일으킨 책임이 천재지변이 아닌 한전 측의 고의나 중과실에 해당하는 귀책사유가 있는가를 두고 벌인 법정 다툼이다.

이 소송의 1심법원인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한전 측의 일부과실은 인정되나 중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청구를 기각하면서 “이번 소송이 공익적인 측면이 강하고 한전 측의 과실도 있는 점을 참작해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그러나 부산고등법원 항소심판결에서 항소비용을 원고 측이 부담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손배소를 대리해오던 김 변호사가 대법원 상고비용에 대한 부담과 항소심까지의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고 결론지으면서 상고를 포기, 2007년 8월 확정됐다.

김 변호사는 “판결이 확정된지 1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라면서 “한전이 태풍매미로 인한 아픈 기억이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청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정전사건 당시 형식적으로 나마 거제시민들에게 사과한 한전 측에서 뒤늦게 소송비용을 청구한 것은 이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시민들이 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하기위한 사전압박 및 엄포용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 매미로 시민들이 얼마나 큰 재산상의 손실과 생활의 불편을 겪었는지 안다면 겸허히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공공기업의 자세”라면서 “시민을 상대로 변호사에게 지급한 성공사례금까지 청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소송비용 청구에 대해 김 변호사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향후 확정되는 소송비용은 본인이 부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거제시민 7,213명은 2003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로 인해 통영시 용남면에서 거제로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철탑이 무너져 거제시 전체가 5일 가량 정전이 되자 같은 해 10월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단체소송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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