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등록제, 조례로 제정해야
낚시 등록제, 조례로 제정해야
  • 거제신문
  • 승인 20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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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원 칼럼위원

내 친구 중 몇 명은 낚시하기를 무척 좋아 한다. 아예 낚싯대를 차에 싣고 다니는 친구도 있다.

나 역시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랐다 보니 낚시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바쁜 탓도 있지만 전에 다니던 바닷가가 너무 지저분하여 잘 가지 않는다.

한 보름전에 벌초를 마치고 바닷가에 잠시 내려갔는데, 너무 지저분하여 바로 돌아왔다. 미끼를 담았던 통과 면장갑, 낚시바늘과 봉돌, 낚시줄이 뒤엉킨 암반은 퀴퀴한 미끼 썩는 냄새로 가득했다.

그 뿐만 아니라, 소주병과 안주 담았던 그릇하며, 라면봉지까지 널부러져 날리고 있었다. 딴 곳으로 가려고 약간 후미진 곳을 갔더니 발밑에 밟히는 똥까지…. 그리고 집안의 쓰레기를 가지고와서 바닷가에 놓고 갔는지 못쓰는 TV와 믹서기까지 비닐 봉지에 담아 놓았다.

정말 기분 잡치고, 지저분해서 투덜대며 떠날 수 밖에…. 도대체 바닷가에 놀러온 사람들은 남 생각이나 하는지, 자기들 끼리 만 낚시질하고 재미있으면 그만인지, 도대체 공중도덕이라고는 없는 민주(?)시민인지.

이런 저런 생각때문에 울컥 울화도 치밀었다. 물론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닷가를 아름답게 가꾸고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려면 그런 곳을 찾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이 있다.

물고기 몇 마리 낚아서 소주 한 잔 하면 그 맛이야 꽤 괜찮은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 뒷처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면 그런 낚시 즐길 자격없는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낚시라는 것이 낚는 손맛에 있는 것이지 씨알의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올라오는 물고기 다 잡아서 먹는 것은 낚시인의 도(道)도 아니고, 낚시의 참 맛도 모르는 사람이다. 손 맛만 좀 보고 놓아주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전문 낚시인이라면 이런 것은 상식으로 안다.

바닷가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이다. 그리고 물속의 물고기가 언제나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환경오염과 어족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정정도의 규제가 불가피하다.

여지껏 낚시는 서민의 돈 안 드는 레져라는 이유로 방치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낚시가 돈이 안 드는 레져인가! 최소 몇 만원은 있어야 하고, 제대로 손 맛 보려면 십 수만원은 든다. 낚싯대도 만만찮은 가격이다. 몇 백 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그러니 서민들이 이용하는 레져라고 무조건 풀어놓아서는 환경훼손과 어족자원의 고갈을 막을 수 없다. 단지 쓰레기가 날리고 지저분하다고 해서만이 아니라 물속에 던져진 납덩어리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납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면서 물속의 물고기는 괜찮은 것인지…).

가끔 와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낚시의 자유를 속박하는 야박한 처사라고 할지 몰라도 그 바다를 오랫동안 보존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려면, 그리고 후손에게 제대로 물려주려면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한다.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 몇 몇 국가에서는 낚시면허라는 것을 낚시점에서 파는 모양이다. 그리고 낚시인 등록제라는 것도 있어 년 간 일정시간 교육도 하는 모양인데 이런 제도 도입하자고 하면 또 반대하는 사람 나올 것이란 것도 안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하면, 낚시인들도 결국 발을 돌리고 말 상황이 올 텐데 적어도 선언적 규정이라도 만들어 계도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거제도의 관광인구 중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위해 온다. 570만에 이르는 낚시인구외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관광의 한 축이 낚시이며, 또한 거제의 아름답고 깨끗한 바닷가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이들을 계속 거제도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낚시업자들도 물건을 팔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자율적으로 단체를 만들고, 환경을 정화하고, 낚시인들에게 교육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도록 제도화해야 바다가 살고 우리도 산다. 국가적 차원에서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면 거제시에서 먼저 조례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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