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부터 색깔변하기 시작, 벼 익어 고개숙인 모양새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연구마을에 60~120년만에 핀다는 대나무 꽃이 만개했다.
이 대나무 꽃은 거제에 분포해 있는 맹종죽으로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양과 비슷한 형태로 피어 있다.
지난 23일 연구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올 봄부터 마을 앞 대나무 밭이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노란빛으로 변했다.

마을주민들은 “올 4월까지만 해도 대나무 밭에 죽순이 올라오는 등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면서 “이후 4~5개월만에 대나무밭 전체가 누렇게 변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또 “처음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붉은 빛을 띠다가 비가 오면 다시 푸른빛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해 가뭄을 타는 줄로만 알았다”며 “마을 앞 대나무밭 뿐만 아니라 마을 뒤편 대나무밭도 점점 노란색으로 변색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21살에 이 마을로 시집왔다는 이순선 할머니(75)는 “지금까지 마을에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대나무밭에 꽃이 피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홍송석 마을이장(69)은 “조선대나무의 경우 하청면 지역에서 노란색으로 변한 뒤 말라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맹종죽 색깔이 변한 것은 처음 본다”면서 “마을에서 보이는 다른 대나무밭들은 모두 생생하고 우리 마을 대밭만 이런 것을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의아해 했다.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솜대와 왕대, 조릿대 등은 대나무에 꽃이 피는 모습을 드물게 볼 수 있지만 맹종죽이 꽃을 피운 것이 학계에 보고되거나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신현철 박사는 “대나무 꽃은 특정 효소 또는 양분부족 등을 이유로 60~120년 주기로 피기도 하지만 정확히 그 이유는 밝혀진 바가 없다”면서 “아마도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맹종죽 꽃은 벼가 익어 있는 모양을 한 채 3~4년간 정도 지나면 검은 열매를 맺은 후 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