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거제의 꿈
푸른 거제의 꿈
  • 거제신문
  • 승인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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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호 전 경상남도 의원

불과 4,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산들은 거의가 벌거숭이였으나 지금은 전국의 산, 어디를 가 봐도 나무가 우거져있어 실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산 가꾸기 50년!

이렇듯 오랜기간 동안 나무를 키웠으면 지금쯤은 질 좋은 목재생산이 조금씩이나마 이뤄지고 있으련만 아직도 대부분의 목재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왜 그럴까?

이유야 많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나무마다의 특성에 따라 저마다의 환경에 맞는 수종을 골라 심고 그것을 정성껏 가꿔 나가는 노력이 부족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의 해답을 우리고장 거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천댐 상류 삼거리마을 오른편 산 중턱에 유난히 초록색 짙은 아름다운 숲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거제시 산림조합장을 지낸 윤병호씨가 정성을 다해 심고 가꿔온 편백나무 숲이다.

편백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편백나무는 밀도가 높고 습기에 수축과 팽창의 변화가 적고 무늬가 아름답고 거기다가 은은한 나무향이 사뭇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이 나무로 물통도 만들고 사우나탕에 목욕조를 온통 이 나무로 짜 만들고는 이 탕을 일러 「이노끼탕」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들은 거의가 잡목으로 채워져 있고 단일 종으로는 그래도 소나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 많은 소나무 중에서 약간을 제외하고 나면 제 멋대로 휘어져 자라는 바람에 재목으로의 가치는 별로 없다. 거기다가 소나무는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병충해다.

그런데 이 편백나무는 병충해를 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근의 병충해마저 방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수익성은 어떨까?

독림가 윤병호씨에 따르면 소나무가 재당 가격이 200원 남짓인데 반해 편백나무는 재당 500에서 800원에 이른다니 소나무의 세, 네 배에 달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편백나무는 잎을 따서 정제하면 ‘아토피’질환에 특효약이 된다고 하니 나무 중에는 효자나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전국의 독림가는 물론, 산림청에서는 “왜 전국의 산지에 이 편백나무를 대량으로 심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편백나무는 우리나라의 남부일대 그것도 극히 제한적인 지역에서만 자랄 수 있는데 전라남도의 일부지역과 경상도에서는 우리 거제가 기후조건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임업은 엄연히 산업이며 여러 직종 중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으나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전업하기에는 언제나 기피대상이 되곤 한다.

나무를 길러 그 나무를 돈으로 만들어 내기에는 장구한 세월과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데 비해 수입은 먼 훗날의 일이기 때문이다.

거제만 하더라도 몇몇 소수의 인원이 소규모로 산에 나무를 조성하고 있지만 전국 독림가협회같은 단체에 등록하고 활동 중인 사람은 거제사람으로서는 윤병호씨가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될 것이다.

6-7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산업은 가발과 합판이었다. 가발산업이야 시대의 조류 때문이라고 하지만 합판은 왜 몰락의 길을 걸었을까? 합판산업은 사실 뭐 그리 대단한 기술도 아니다.

나무를 얇게 떠서 가로 세로로 접착제로 붙여 규격에 맞게 자르면 되는 것이니 기술이랄 것 까지도 없다.

그런데 그런 재주도 없던 인도네시아 같은 목재수출국들이 나무를 베어 통째로 팔다보니 은근히 밸이 상했던지 기계를 사서는 있는 원목에, 남아도는 인력으로 합판을 자체 생산하는 바람에 우리의 합판산업은 종언을 고하게 되었던 것이다.

가구라면 흔히 이태리를 꼽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가구가 서서히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고 태국역시 등나무를 비롯해서 태국에서 흔히 자라는 이름도 모를 각종 식물 줄기로 고급 인테리어 가구를 만들어 큰 호평을 얻고 있다.
기술뿐만이 아니라 디자인 역시 점점 평준화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자원빈국이다. 그러나 그 많은 자원 가운데 모든 자원이 다 부족하기만 한 것인가? 혹시 여건은 조금 부족하지만 힘써서 개발만 잘 하면 나아질 수는 없는 것인가?

아닐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중의 하나는 조수간만의 차이다.

이를 발전에 활용한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나무 역시 부단한 연구로 환경에 맞는 수종을 찾고 임업 역시 중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과 육림의 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면 푸른 강토, 임산자원의 자급률을 높이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자원을 그냥 방치하는 것도 또한 낭비다.

우리에겐 당장 내일도 문제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다 먼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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