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冬安居)
동안거(冬安居)
  • 거제신문
  • 승인 200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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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을 유행하실 적에 죽림정사에서 큰 비구 대중과 함께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아함경(阿含經) 첫머리에 나오는 내용인데 아함이란 예로부터 전해온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하는 경전을 의미한다.

인도는 몬순기후로 우리나라와 다르게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지는 게 특징이다. 부처께서 살아계실 때 대략 2,500여 명의 제자들과 생활했는데 주로 재가불자의 공양에 의존하는 걸식의 형태였다. 건기 때에는 많은 제자들과 함께 움직이며 생활할 수 있지만 우기가 되면 무리지어 생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우기가 시작되면 외출을 삼가고 공부만 집중적으로 하게 한 것이 안거(安居)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기에는 많은 생물이 활동하게 되므로 하찮은 미물이라도 사람의 발길에 밟혀 죽는 것을 염려한 탓도 있었다.

이 전통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는 출가자들이 한 곳에 모여 수행하는 하안거와 동안거로 정립된다.

하안거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우란분절, 백중)까지이며, 동안거는 음력 10월 15일부터 다음해 1월 15일(정월 대보름)까지 약 90여 일간을 용맹정진하게 되는데, 시작되는 것을 결제(結制), 끝내는 것을 해제(解制)라고 부른다.

안거라고 해서 글자 그대로「편안하게 거하는」것이 아니라 한자의 뜻과는 반대로 치열한 구도정신과 각고의 고통을 참아가며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하게 된다. 안거는 주로 큰 사찰의 선원이나 선방에서 하게 되며 안거기간이 지나면 산에서 나와 세상공부를 하는 만행(卍行)이 시작된다.

올해 동안거는 음력 10월 보름이었던 지난 12일로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천200여명의 스님들의 수행정진이 시작되었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께서 해인사 퇴설당에서 하신 결제 법어 마지막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다.

「한 알의 콩이 식은 재에서 튀어나온다.(一粒豆子 爆出冷灰)」(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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