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우리 거제의 농업은 예전부터 기반과 기술 두 가지 모두 취약한데다 지금은 여러가지 난관에 직면해 있다. 그 하나는 높은 인건비와 인력난이다.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지어오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쌀 한되 팔아 자장면 한 그릇 못사먹는데 조선소에 나가 하루 일하면 식구들 한 달 먹을 식량을 살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농사 짓고 있겠느냐”고 한다. 그래도 벼농사 짓는 것은 있는 농토 그냥 묵혀두기 아까워서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규모화가 되지않는 것이다. 기계화와 대규모화는 영농비 절감을 위해 필수적인 전제조건인데, 섬지역의 한정된 농지사정이 넘을 수 없는 한계인데다 우수한 영농인력을 조선소에 뺏겨 영농단체(조합)의 활동과 참여도가 낮으니 더욱 그러하다. 또한 노령층의 인력에 의존하는 농삿일에 효율성과 진취성이 있을리 없다.
셋째로 부동산 투기에 의해 타지방 보다 높은 비율의 농지가 휴경지로 방치되어 있고 가용농지의 상당부분이 조선 관련 용지로 잠식돼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농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제의 농업은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 첫 이유로는 천혜의 기후를 꼽을 수 있다. 일조시간이 길면서 강우량도 많다. 식물이 생장하기에 이상적인 것이다. 또 원래 온화한 기후인데다 지구온난화까지 겹쳐 열대식물을 포함한 거의 모든 작물의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시설재배(원예)의 경우 중부 내륙지방 보다 가온(加溫)해야 하는 기간이 절반정도 밖에 되지않으니 어찌 경쟁력이 없다 하겠는가.
둘째, 섬지방이므로 다른지역으로부터의 오염원과 차단되어 있다. 그래서 공기와 물이 깨끗하다. 이것은 청정한 농·축산물의 산지로써 적격이라는 뜻이 된다. 옛부터 ‘산답(山畓)에서 난 쌀은 남 안준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끝으로 거제산(巨濟産)은 맛과 향이 제일(第一)이다. 거제유자의 향이 풍부하다는 것은 자타에 공인된 사실이다.
일찌기 거제농업의 선각자들이 일군 업적이라 할 수 있는 맹종죽 밀감 버섯 약초 등에서 뛰어난 풍미와 성분이 이미 입증되었다. 그러니 어찌 거제의 농업을 소홀히 하랴.
얼마전(10월30일~11월10일) 거제면 소재 농업기술센터에서 개최된 제3회 거제 가을꽃 한마당축제 현장을 살펴보고 놀라움과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것은 농업의 관광자원화에 대한 현실적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거제에서 개최된 축제치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고양(高揚)된 감정을 갖고 돌아간 축제는 없을 듯하다.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꽃이 되었고 모두가 어린애가 되었으니까….
준비를 위해 애쓴 분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야생화와 국화 동호인모임 등 관련 단체들의 참여와 전시품들은 찬사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시민들(외지인 포함)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은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는 먹거리로써의 농업이 아니라 즐기는 대상 혹은 볼거리로써의 농업으로 발전된 세상이 된 것이다. 내년에는 먹거리장터 등 몇가지 문제점을 보완하여 더 나은 축제로 나아가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 천혜의 기후를 이용한 화훼농업은 우리 거제의 관광자원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믿음을 갖게된 축제였다. 또한 식물의 생육에 좋은 환경이란 사람이나 동물에게도 같은 조건이라는 뜻이므로 농업과 연계된 실버사업(휴양·요양)과 식용가축 뿐아니라 각종 애완동물의 사육 또한 가능성과 경쟁력이 예상된다.
다만 한 가지, 그토록 많은 시민들이 방문한 자리에 우리 거제지역의 먹거리(로컬푸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이 매우 아쉬웠다. 광우병이니 멜라민이니 유전자조작 농산물(GMO)니 하여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조성된 원인은 어디서 어떻게 재배 또는 사육되고, 무엇을 첨가했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운반됐는지를 모르는 식재료 때문이다.
이런 걱정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지역 소비자들이 직접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로컬푸드(Local Food)’다.
한때 비슷한 맥락의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치며 야단들이더니 이제는 시들한데, 식품마져 세계화 되어가는 이때 우리지역 농업도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도 확보하는 ‘로컬푸드 소비운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거제사람은 거제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첩경이요 요체임을 명심하자. 아무튼 우리 거제에서는 농업과 관광과 어업과 로컬푸드 소비운동이 한데 맞물려 어우러지기를 기대하면서 때에 맞는 ‘농가월령가’ 한 구절을 인용한다.
「시월은 맹동(孟冬)이니, 입동(立冬) 소설(小雪) 절기라네 /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 듣거라 아희들아! 농공을 필했구나 / 남은 일을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하세 / 무우 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니 / 앞 내 물에 정히 씻어 짠 맛을 맞게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