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세상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살아가는 김영수(42)·김설화씨(37) 부부.
“저희는 신문에 날만한 일을 한 적이 없어요”라며 극구 인터뷰를 사양한 김씨 부부는 장목면에서 인심 좋고 금슬 좋은 부부로 유명하다. 이들이 운영하는 ‘용궁횟집’은 인심은 물론이고 음식 맛 좋기로 소문났다.
오랫동안 신선한 해산물을 접했던 지역민의 입맛을 고려해 오직 자연산만 고집하는데다 ‘내 집에 오는 사람은 모두 귀한 손님’이라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손님들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에 신선한 재료는 많이 넣고 조미료는 적게 넣는 등 후한 인심으로 손님을 맞는다. 하지만 몇 년 전 고현에서 운영했던 식당은 외상장사가 많아 문을 닫았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하는 성격 탓이다.

거제지역의 특성상 여름철에는 관광객들로 장사가 되는 편이지만 그 외는 장사가 시원찮은 날이 많다고 한다. 모양 좋고 고급스러운 회보다 값싸고 맛 좋은 회를 많이 찾는 마을 주민들의 주문에 따라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어내는 탓에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장사지만 꾸준히 소득을 올리고 있다.
남편 김씨는 영업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칼로 생선을 다루는 섬세한 직업이라 자칫 잘못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을 마치면 사정은 달라진다. 가게 문을 닫고 나면 부부가 간단한 술자리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하는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아직 넉넉한 삶은 아니다. 부부가 횟집을 운영하며 정착하기까지 다양한 직업들로 맞벌이를 했었다. 덤프트럭 운전과 식당, 조선소 등에서 힘들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가게에서 손님을 맞는 일이 부부에게 더 없는 행복이다.
부부는 얼마 전부터 조손부모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인근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해 따듯한 온정을 나눴다. 시골에서 어렵게 자라난 탓에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이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올바르게 자라났으면 하는 부부의 작은 정성이 담겨있다.
이들은 “우리도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도운 것 뿐, 형편이 좋지 않아 많이 돕지 못해 미안 할 따름”이라며 수줍게 말했다.

부부는 앞으로 꾸준히 장학금을 전달 할 생각이다.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세상사는 행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부부는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소홀하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가게를 열고 장사 하는 일로 분주해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과 대화 할 시간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한다.
김씨 부부는 장사 때문에 두 아들에게 소홀한 점이 많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오히려 밝고 건강하게 자라 고마울 따름이다.
부부는 정신없이 바쁠 정도로 손님이 오는 것 보다 적당한 손님이 오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남들이 생각 할 때 이 불황에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핀잔을 줄지 모르지만 부부에게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정신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아 바빠지면 손님들께 신경 쓸 수 없어 음식이나 서비스가 소홀해 진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우리가게를 찾는 분들이 행복하고 편안히 음식을 즐기다 갈 수 있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남을 위한 친절과 배려가 몸에 베여야만 생각 할 수 있는 마음 씀씀이다.
누구보다 든든한 이해자이며 내조자, 동반자가 돼 남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헤아려주며 아름다운 금슬을 과시하는 부부의 마음씨와 같이 훈훈하고 아름다운 이웃의 이야기가 넘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