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싸움소 ‘특용’ 전국 제패
거제 싸움소 ‘특용’ 전국 제패
  • 최대윤 기자
  • 승인 2008.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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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치기·목덜미찍기로 5분만에 전 챔피언 제압

거제 싸움소협회 없어 고성소로 출전 ‘아쉬움’

지난 10월 진주에서 열린 제115회 전국민속소싸움 대회에서 소문난 의령의 싸움소 ‘범이’를 단 5분만에 제압한 싸움소가 있다.

거제에서 유일하게 싸움소를 사육하고 있는 거제면 내간리의 백춘흠씨(57)의 싸움소 ‘특용’이 바로 그 주인공. 현재 백씨가 사육하고 있는 싸움소는 모두 3마리.

‘특용이’와 ‘도끼’ ‘광우’라 불리는 싸움소들은 모두 4살 박이들이다. 특히 이중 백씨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녀석이 지난 10월 열린 진주민속 소싸움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특용’이다.

백씨는 대회준비 때 마다 ‘특용’이와 함께 거제면 죽림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타이어를 끌고 내간마을 뒷산에서 달리기와 뿔치기 연습을 하며 호흡을 맞춰 왔다.

특히 싸움소에게 중요한 것은 먹이. 백씨가 싸움소들에게 먹이고 있는 여물은 일반 소 먹이의 가격 보다 10배는 비싸다.

매일 각종 곡물에 멸치까지 첨가해 가며 먹이고 대회가 임박해 오면 개소주와 한약까지 달여 먹이는 등 대회 당일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한다고 한다.

이번 진주대회 때 ‘도끼’와 ‘광우’가 아쉽게 패배한 것과 달리 ‘특용’이는 개회식 메인 경기서부터 결승전까지 거침없이 승리를 거뒀다.

백씨는 “내 가족과 다를 바 없는 소가 경기에서 다치거나 지는 경우에는 서운하고 걱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팽팽한 경기가 이어질 때는 피가 바짝 마르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결승전 상대는 이미 각종대회에서 우승경험이 많은 의령의 ‘범이’. 이미 각종 언론에서 소개된 바 있는 ‘범이’는 대회장에 모인 관중들에게도 단연 인기스타였다.

하지만 경기는 의외로 쉽게 끝났다. ‘범이’가 특기인 목감아 돌리기를 ‘특용’이에게 시도했지만 ‘특용’이는 몇 차례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특기인 뿔치기와 목덜미 찍기의 연속 공격으로 ‘범이’를 밀어 붙였다. 결국 시합시작 5분여만에 ‘범이’가 줄행랑을 놓으며 대망의 우승은 ‘특용이’의 차지가 됐다.

그러나 우승의 영광도 잠시, 백씨는 마음이 석연치 못했다. 거제에는 싸움소협회가 없어 고성지역 싸움소협회에 가입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특용’이 거제 소임에도 불구하고 등에 ‘공룡나라’라는 문구를 새기며 출전했기 때문이다.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손기정 선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여기에다 특용이가 먹는 특식에 들어가는 멸치는 거제를 대표하는 특산물. 하지만 이것 역시 특용이가 먹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 값이 싸고 질이 떨어지는 인근 지역의 멸치를 먹이고 있어 서러움은 더 크다.

백씨는 요즘 점점 오르는 사료값 때문에 싸움소 여물은 고사하고 축사에 있는 나머지 소들을 먹이기도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낸 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육해 온 만큼 힘 닿는데까지 소를 기를 생각이다.

백씨는 “언젠가 특용이를 비롯한 거제의 싸움소들이 거제시 홍보 문구를 등에 달고 거제멸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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