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은 지난주 거제신문의 「거제시-삼성조선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제하로 삼성조선이 자연녹지를 매입하고 시가 이에 대해 도시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 석연찮은 부분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삼성중공업(주) 총무팀장 김상훈 상무」의 이름으로 거제신문에 보내온 기고문 중 일부다.
2. 그런데 왜 이 글을 읽으면 가슴이 떨리는가? 그 잘난 삼성이, 거제사람을 먹여 살리는 삼성이, 거제경제를 3만불시대로 이끌어 준 고마운 삼성이 거제를 떠나겠다고 하니 이거 큰일났다싶어 떨리는 게 아니라, 무슨 협박을 받은 것 같은 이 꿀꿀한 기분 때문에 화가 나서 떨리는 거다.
거제의 브랜드인 조선산업을 동력으로 지역경제가 그 어느 곳보다 나아 IMF조차 모르고 지낸 고마운 기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삼성은 거제의 은인이요 거제에 시혜를 베푼다는 자부심을 가질만도 하다.
그러니 삼성이 떠난다면 거제경제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관련기업들은 도산하고, 식당을 비롯한 상가는 문을 닫고, 가정도 풍지박산 될게 뻔하다. 큰일났다. 이거 보통일이 아니다. 적어도 삼성의 아주 중요한 직책에 계시는 분께서 더 이상 거제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회의에 빠졌다니 이거 참 큰일이다.
3. 삼성은 그럴게다. 삼성 없는 거제가 잘되나 보자고. 그러니까 조용히 하라고, 까불면 가 버린다고. 삼성 때문에 먹고 사는 거제사람들이라면 삼성이 하는 일에 군소리 없이 협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그런데 감히 일개 지역신문이 딴죽을 걸다니 이런 지청구가 어디 있느냐고, 그렇다면 어디 한 번 해보자 작심하고 한 선전포고일 것이다.
기고문은 왜곡된 시각으로 발목을 잡는다고 했는데 발목을 잡힐 오해나 잘못 인식된 것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잘못알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 오히려 감정적인 대립만 더 심화시키는 모양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기고문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민들이 왜곡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해명이 아니라 정말 이런 식으로 하면 떠나겠다는 협박(脅迫)에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도대체 거제시민을 향해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가? 이게 바로 「오만의 극치」다.
4. 삼성으로 인해 거제가 잘살게 되었다면 반대급부로 잃은 것은 얼마인가? 어렸을 때 발가벗고 수영하던 고현 앞바다는 아직도 청정한가?
조상 대대로 이어온 천혜의 생활터전과 면면이 이어온 문화의 변질은 그게 돈으로 계산되는가? 피서 왔다 떠나는 외지 사람들이 물가 비싸다고 막대 놓고 욕할 만큼 거제의 흉한 인심은 어디서 연유된 것인가?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때 책임문제가 생기니까 1천억을 쾌척한 사람들인데 거제의 자연환경을 유무형으로 훼손한 값은 무엇으로 보상했는가?
삼성이 지역을 위해 순수하게 환원하는 기부는 얼마나 되는가? 단지 삼성조선으로 인해 먹고 살게 되었다는 것 말고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삼성은 지역과 기업의 상생을 희망하는 겸손한 낮춤이 아니라 잘살게 해 준 대가 에 대한 군림이요 또 한 번 발목(?) 잡으면 떠나겠다는 협박으로 거제사람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렸다. 참 기가 찬다.
아무리 시집살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혼하겠다는 말은 쉽게 하지 않는다. 그럴진대 두 번씩이나 거제지역에서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있겠는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삼성의 책임 있는 분이 공개적으로 발설하는 이 오만을 어찌하오리까? 참 가관이다 삼성이여!
5. 추신컨대 기고문 중에 「자신에게 부여된 특수한 지위를 남용, 사적인 이해관계를 추구하다 이것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하여 이런 식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매도하려 든다면…」라고 했는데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그 시말이 어찌된 일인지 의혹을 남기지 말고 반드시 진의를 밝혀주기 바란다.
독자는 구경꾼 일 수 밖에 없다. 장황한 칼럼은 말미에 <기자의 사적이해 추구와 보복성 기사 기고>라는 기업 변론에 대하여 해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독자를 다시 한번 싸움판에서
들러리 서게한다. 싸움은 신문이하고 독자는 사실이 알고싶다. 촌철살인의 칼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