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카시대교 경험, 교훈으로 삼아야
“가칭 거가대교는 인구 20만 중소도시 거제를 400만 대도시 부산으로 빨아들이는 빨대역할을 할 것입니다.”
유승화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사진)의 말이다. 소위 ‘빨대효과론’.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대도시 부산권으로의 종속이 오히려 심화되는 ‘빨대효과’가 우려된다는 공개적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는 거가대교 개통관련 기존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공개적 경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특히 건설교통부 국장을 지내고 현재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으로 있는 유승화씨에 의해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간 거가대교 개통관련 부정적 효과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산발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제기된 경우는 많았지만 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승화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5일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거가대교 개통 관련 거제시민대토론회에 참석, 거가대교개통은 △인구·인재 유출가능성 △전반적 지역상권의 위축 △지가상승 및 외지자본 대거 유입으로 인한 자본 종속 등을 가져오는 소위 ‘빨대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부회장은 남해창선-삼천포대교, 일본 아카시해협대교, 스웨덴-덴마크 외레선드 대교 등의 경험적 사례들을 비교, 고찰한 자료들을 토대로 이같이 우려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거가대교 개통은 직장인 중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가구가 증가하고 거제- 부산권의 거리가 좁혀짐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부산권 이탈을 가속화하며 특히 취학연령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부산으로의 이주 증가, 부산권으로의 통학 학생 수 증가 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한 접근성이 양호한 부산으로 구매 행렬이 이어지면서 지역 상권의 위축을 초래하는 등 지역 시장이 재편되면서 특히 거제의 고급 상권이 위축되며 개발수요가 증가하면서 지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른 외지자본의 대거 유입에 따라 지역자본의 종속화 역시 가속화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관광객의 경우 전반적인 숫 적 증가는 예상되나 대부분 당일 관광으로 숙박여행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유 부회장은 인구 17만의 아와지 섬과 153만의 고베시를 연결한 일본 아카시해협대교의 경험적 사례를 그 근거의 하나로 제시했다.
‘아카시’대교가 개통되면서 아와지 섬은 숙박 관광객이 개통 전 17만8,000에서 개통 후 15만6,000명으로 0.88배 감소했고 인구 감소율도 대교 개통 전 2% 보다 높은 5%로 그 감소율이 증가했다.
아와지 섬 내의 중소운송업자들의 매상이 반감했고 관공서, 각 기업체 다수 직원들의 거주지가 대교 개통 후 고베시 등으로 변화됐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연결한 ‘외레선드’ 대교의 경우 역시 입지조건, 물가 등이 양호한 스웨덴으로의 지속적 주거지 변화가 나타났다고 그는 주장했다.
거제시의 대응방안과 관련 그는 △비교우위의 주거환경 조성 △싼 물가관리 및 문화시설 확충 △교통인프라 확충 △조선산업에 대한 적극적 행정지원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관광산업 활성화와 관련해서 유부회장은 김해공항, 부산역과 연계하는 비행기+철도+버스+자동차의 토탈 이동서비스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고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시설 과 해저박물관 선상호텔 등 숙박시설을 갖춘 마리나 항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포로수용소를 활용한 국제적 관광자원화 정책, 조선산업을 활용한 박람회, 임진왜란, 이순신을 테마로 한 관광자원화 정책 등을 주요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거가대교는 1조4,46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현재 시공 중에 있으며 2010년 12월 준공예정이다. 총 연장 8.2km의 4차선 도로로 준공 개통시 부산 거제간을 50분 내외의 거리로 단축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가 연결되면 경험적으로 중소도시의 종속화 현상이 나타났고 그 종속화 를 가져오는 과정이 ‘빨대효과’로 표현되고 있다. 거제시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소중한 경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