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사회인식은 빠른 사회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인적자원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하지만 여성인력의 활용을 통해 사회와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많은 여성근로자를 배출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대표 남상태) 사내협력사 거화산업(대표 한용식)의 사례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거화산업은 150만평이나 되는 넓은 대우조선 현장 구석구석에서 발생하는 각종 산업 폐기물을 선별하고 운반, 수거, 반출 등을 담당하면서 조선소의 쾌적한 환경조성으로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 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거화산업은 그동안 남성인력이 보편적이었던 중장비 운전직에 능력 있는 여사원을 채용하면서 작업의 능률이 오르는 것은 물론 조선업계에서 여성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범위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거화산업에는 취업을 의뢰하는 여성의 문의전화가 전국각지에서 쇄도하고 있다.

거화산업은 지난 2007년 3명의 여성 근로자들이 처음 운전사로 채용된 이래 현재 10명의 여성 운전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는 거화산업의 운전직 30명 중 1/3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선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이들 여성 운전자들은 여성특유의 섬세함으로 효율적인 작업을 전개해 나갈 뿐 아니라 꼼꼼한 차량 관리와 깔끔한 정리정돈으로 업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특히 10t 덤프트럭을 몰던 김민숙(38·여)씨는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에서는 처음으로 5t 지게차면허를 따면서 다시 한 번 여성근로자가 활동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김씨는 현재 5t 지게차를 몰고 있지만 점점 다른 중장비 면허에 도전 할 계획이다.

외소한 체격의 여성근로자들이 10t 이나 되는 육중한 덤프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얼핏 낯설게 느껴 질수도 있다. 하지만 열정과 자신감으로 현장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외소하다는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덤프운전사 유순주(39·여)씨는 “제가 차(덤프)를 타면 무인자동차처럼 혼자 움직이는 것 같다며 놀림도 많이 받지만 일하는 것이 항상 즐겁고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거화산업의 여성운전사들은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성을 존중 해 주는 화사의 배려에 늘 감사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성운전자들은 중장비 부품의 무게가 육중한 탓에 일부 중장비의 수리나 점검에는 남자사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덤프트럭과 같은 경우 산업폐기물에 항상 노출 돼있기 때문에 타이어의 교환이 잦다. 그럴 때 마다 남자 직원들은 열일 제쳐두고 일을 돕고 있다.

거화산업 한용식 대표는 “크게 화합한다는 뜻을 가진 회사의 이름처럼 회사 구성원들의 팀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거화산업이 하는 일은 누군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도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인력이라면 남·녀 사원 구분 없이 채용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근로자의 역할에서 배제 된다면 이는 우리 경제의 커다란 손실이다. 거화산업의 사례처럼 이제 남녀고용평등이란 단어가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