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여론, “거제발전 위해 힘 모아야” “견제 지나쳐 보기 민망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해 지역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다수 시민들의 여론인데 그러지 못한 것같다. 지역으로 봐서는 손해다. 뭐라 말 할 수 는 없지만 좀 그렇다”.
시청 한 공무원의 조심스런 말이다. 새해 초두부터 우울한 전언이다. 윤영 의원-김한겸 시장의 갈등과 견제는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서로 깍아 내리기’ ‘각개약진’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은 다름아닌 거제발전의 지체와 거제시민의 손해로 직결될 수 있음에 그 심각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이견을 접고 새해에는 두 사람의 ‘공동과제’일 수밖에 없는 지역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또 힘을 합할 것이란 ‘공동 약속’을 20만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윤영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도대체우회도로 사업비를 당초예산에서 추가로 300억원을 확보했으며, 거제-통영 고속도로 예산 20억원을 추가확보했다”며 “이로써 거가대교 개통 전 국도대체도로의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의 ‘업적’은 각 행사장 윤 의원 축사의 주 메뉴가 됐고 차기지방선거를 겨냥한 사람들의 ‘윤 의원 찬양 모드’가 되기도 했다.
“윤 의원이 국비를 300억 이상 확보하는 등 초선의 한계를 뛰어넘는 큰 업적을 이뤄냈다”는 식이다. 어쨌든 윤 의원은 국비확보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윤 의원, 국비 300억원 추가확보 홍보 그러나…
그러나 국회를 통과, 확정된 내년도 국비 사업비의 실상을 보면 윤 의원의 홍보와는 많은 차이가 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지역 모주간지는 ‘국도 우회도로 추가예산 37억 확보에 그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 의원의 국비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초예산에서 37억원만 확보하는데 그쳐 국도 대체우회도로의 거가대교 개통 전 준공이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상은 이렇다. 시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을 방문, 접촉하며 국도대체도로 사업비 500억원의 지원을 꾸준히 요구했고 이에 기획재정부는 2009년 당초예산에 2공구(아주-상동) 212억원, 3공구(장평-상동) 120억원의 사업비를 기 편성했다.
이에 예산심의과정에서 윤 의원이 사업비의 증액을 위해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2공구 22억원, 3공구 15억원이 추가됐다. 재정기획부의 당초예산안에서 결국 37억원이 추가된 419억원이 국도 우회대체도로의 내년도 사업비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전 김기춘 의원이나 김한겸 시장의 꾸준한 노력이 또한 돋보이는 과정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윤 의원 역시 사업비의 증액 및 최종 확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과정에 대한 진지한 평가 및 격려 등이 사상된 채 윤 의원의 ‘단독 성과’인 것처럼 과대 홍보가 이뤄지면서 갖은 잡음을 남기고 있는 것.
시보, 국비확보 관련 내용 전혀 언급 없어
김한겸 시장도 맞대응을 했다. 월1회 3만부를 발행해 거제전역에 배포하고 있는 지난주 발행 시보에 “윤 의원이 확보했다”고 홍보한 국도대체우회도로 국비확보 관련 내용이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이례적이다.
연말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국비 예산 확보 현황을 큼직하게 디자인해 적극 홍보하는 것은 빠질 수 없는 호기이자 당연한 정치적 수순이다.
김 시장이 이런 호기를 챙기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윤 의원의 홍보에만 기여하게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단순 실무자들의 착오였을까?
거제시로서는 큰 현안이고 이에 대해 419억원의 국비 예산이 확정됐음에도 관련 기사가 시보에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적 맞대응’외 별다른 이유를 찾기 힘든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보가 25일자로 발행됐는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그렇게 된 것같다”며 “의도성을 갖고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2009년도 당초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이 지난 12월13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보름 가까운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만큼 크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국회의원, 시장간 커뮤니케이션도 문제
윤영-김한겸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회의원-시장간 공식적 정례만남은 없지만 비공식적으로 일이 있을 때 마다 만나 보고하고 의논하고 있다”는게 시 부속실의 설명이다. 그러나 두 사람간의 원활치 못한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윤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도대체우회도로의 사업비를 300억 이상 확보해 거가대교 개통전 우회도로의 순조로운 준공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는 “새해부터 추가로 투입해야할 사업비가 1,171억원으로 새해 419억원이 투입된다 해도 800억 가까운 사업비의 부족이 생긴다”며 “거가대교 개통전 준공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따로, 시장 따로’다. 거제 중심부의 대 변화를 예고하는 ‘워터프론트시티’ 사업관련, 삼성중공업측 한 실무자는 “김한겸 시장의 노력과 특히 국토해양부 소속인 윤영의원이 노력이 필요한 사업이다”며 두사람의 ‘공동논의, 공동역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갈등관계를 빚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우려에서 나오는 말이다.
2009년 거제시에는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 사업, 거가대교 개통에 대비한 접속도로 건설 사업, 대전-통영 고속도로 거제연결 사업, 조선산업의 적극적 행정지원 등 두 사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중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2009년 역시 20만 시민들의 바람과 기대를 못 본척하는 ‘나 홀로’ 행보를 서로가 지속한다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다수 시민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두 사람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는 시기인 만큼 이에 대한 두 사람의 책임있는 자세가 더욱 요구되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다수 시민들은 두 사람이 정치적 관계를 떠나 지역발전을 위해 서로 힘을 합하고 서로 의논하고 서로를 격려해 주는 그런 책임성과 역할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새해에는 엇박자보다는 공동보조를 맞춰 지역의 보다 큰 발전을 견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