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이제 그만
폭력은 이제 그만
  • 거제신문
  • 승인 20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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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영숙 칼럼위원/거제가정폭력상담 소장

이런저런 집안일을 끝내고 오늘밤도 모든 가정들이 가정폭력에서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12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휴대전화벨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새벽 1시50분, 전화번호를 보니 뒷자리가 경찰서 지구대에서 걸려온 전화다. 

‘이 밤에 또 누군가 남편의 폭력에 피신을 했나보다’ 택시를 태워 보내달라고 해놓고 주섬주섬 옷을 입으니 남편도 습관처럼 일어나서 옷을 챙긴다. 이 시간에 혼자 집을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다 보니 늘 남편이 보디가드역할을 해준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니 남편은 그러려니 하는데 내가 미안하다.

피해자는 결혼생활 10년 동안 남편의 폭력 앞에서 참을 만큼 참았는데 이제는 흉기를 들기 시작하여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피신을 결심했다고 했다.

다음날 가해자인 남편을 만나러 갔다. 남편은 나를 붙들고 왜 때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주장했다. 가해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 후 “살다보면 부부갈등과 부부싸움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때려서는 안 된다” 고 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폭행이나 상해를 가했을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되지만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피해자인 가족이 경찰에 고소를 할 경우 특례법에 의하여 검찰단계에서 상담조건부기소유예처분을 하거나 법원에 기소가 되더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호처분을 하여 전과자가 되지않도록 하고 있다.

상담조건부기소유예의 경우나 법원의 보호처분 8가지 중 상담위탁을 받은 가정폭력행위자는 일정기간 상담과 교육을 통하여 본인의 가정폭력행위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고 부부갈등을 줄이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이때 상담소에 오는 행위자들은 하나같이 본인의 폭력행위에 대하여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한마디로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 는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나로 하여금 화나게 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정에서는 폭력이 자녀에게 대해서는 훈육의 도구로 아내에 대해서는 통제와 지배의 수단으로 있을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부부가 살아가면서 화가 나서 때린다고 한다면 아내들 또한 남편을 때려주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런 가정폭력행위자들에게 부부갈등과 부부싸움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시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부싸움은 흔히 있을 수 있지만 가정폭력은 범법행위라는 것을 특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행위자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폭력으로 푸는 것은 더 깊은 상처만 남길 뿐 진정한 해결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9시 뉴스를 보고 있노라니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엄마 저 사람들 왜 저래요, 저렇게 해도 안 잡혀 가요?” 라고 물었다. 한참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본회의장 앞에서 국회의원들의 몸에 쇠사슬이 감겨져 있고 폭력이 난무하는 뉴스배경화면을 아들이 본 것이다.

6학년 사회교과에서 처음으로 국회와 국회의원의 역할을 배웠던 아들은 시험을 앞두고 국회의원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어 설명을 해 준 적이 있다. 아들이 보기에는 교과서에서 배우고 엄마가 설명해 주었던 국회의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난장판 싸움에 폭력이 난무하는 모습만 보이니 이해가 되지 않아 엄마에게 묻는 것이었다.

국회의원들의 폭력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폭력의 원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특징은 타고난 행위가 아니라 학습된 행위라는 것이다.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영화, 대중매체를 통하여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을 늘 접할 수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미화되기까지 하며 끔찍한 폭력현장들이 생생한 뉴스보도라는 취지로 걸림 없이 배경화면으로 전달되고 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잘 배우겠는가. 판단능력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회에서는 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안다.

그런데 가정에서는 “사랑의 매”로 인식되고 있고 법을 제정한다는 국회의원님들이 대화와 타협이 되지 않는다고 분노를 폭력으로 풀고 있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폭력만큼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폭력만큼은 우리 아이들에게 학습시키지 말자. 아이들 때문에 텔레비전 뉴스도 보지 말아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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