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한(漢)나라 때 동지가 지난 술일(戌日)에 사냥해서 잡아온 고기를 제물로 한해를 무사히 보냄을 감사하는 납향제(臘享祭)를 드리는데 이날을 납일이라 한다. 그러나 후대에 오면서 꼭 그날 보다는 편리한 날짜에 제사를 지내게 되면서 섣달 전체를 납월로 부르게 된다. 지나간 12월을 일컬어 구랍(舊臘)이라 함도 그 어원이 여기에서 나왔다.
섣달그믐의 풍습은 유난히 많다. 먼저 사람들은 집안팎을 청소한다. 이는 낡은 것을 제거하고 새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보다 가난을 다 버리므로 부자가 된다는 믿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설이 되기 전에 목욕을 하는 것도 같은 의미다. 목욕하기 힘들었던 옛날 사람들도 설과 추석 전에는 꼭 목욕을 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섣달그믐 밤에는 온 집안에 불을 밝히고 잠을 자지 않고 지키는 것을 세수(歲守)라 하는데 섣달그믐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밤에 야광귀가 찾아와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훔쳐 간다고 해서 신발을 감추고 구멍이 많은 체를 벽에 걸어 두면 야광귀가 신발을 훔치러 왔다가 체의 구멍을 세다가 해가 뜨면 달아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부엌에 있던 조왕신이 1년 동안 집안 식구들의 행실을 지켜보고 동짓날 하늘에 올라 옥황상제께 다 고해 바치고 섣달그믐날 각 사람의 행실에 따라 상과 벌을 가지고 돌아오므로 불을 밝혀 두는 이유도 된다.
남에게 빚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섣달그믐 전에 갚아야 하고 만일 이날이 지나면 정월 보름까지는 빚 독촉을 하지 못한다. 그믐날 밤에는 청죽(靑竹)을 불에 태워 마치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는 액운을 쫓는 양밥과 같다.
이는 섣달그믐은 경건하게 보내면서 새해를 맞으려는 선조들의 지혜일 것이다.(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