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試鍊)의 기축(己丑)년
시련(試鍊)의 기축(己丑)년
  • 거제신문
  • 승인 2009.01.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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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배 칼럼위원

내일 모래가 우리의 대 명절인 설날이다. 모두들 양력을 쇤다고 하지만 우리의 관념으로는 음력설을 쇠어야 한해가 지나가고 나이도 한 살씩 더 먹는다고 생각한다. 간지(干支)는 음력으로 따지기 때문에 ‘소의 해’인 기축(己丑)년은 1월 26일부터 시작된다고 봐야한다.

지난 한 해는 모두에게 참으로 고통스러운 한 해였을 것이다. 새 대통령이 들어서면 세상이 확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작부터 쇠고기 수입 ‘촛불 집회’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더니 급기야는 뉴욕 증시파동의 불똥이 우리의 실물경제에까지 튀어와 나라가 온통 그야말로 어수선한 한해였다.

실업자는 늘어나 거리를 헤매고 환율의 약세화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 하여 그나마 직장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불안에 떨게하여 참으로 어렵고 차가운 한해였다.

국민들은 마음이 얼어붙어 걱정이 떠나지 않고 정부만 바라보면서 하마나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들려올 것인가 하고 초조해있는 판에, 어려운 경제에 대처하기 위한 법률들이 국회에 산적해 있음에도 찬반을 따져보지도 않고 국회 의사당에는 물 호스다 쇠망치다 하여, 나라를 걱정하는 토론 한 마디 없이 정파 싸움의 난장판을 벌려, 한숨이 절로 나오다못해 어이가 없을 뿐 아니라 온 세계에 얼굴 뜨겁고 창피스러울 뿐이다.

다른 나라들은 온갖 지혜를 짜내어 여야(與野) 가릴 것 없이 서둘고 있는 판국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1970년대를 거쳐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했고 1980년대를 지나면서 나름대로의 민주화가 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웬만한 외국인들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후진국 한국이 놀랄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선진국 문턱에 접어들었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으니, 우리는 결코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의 역사를 보면 그들도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보는 풍요로움과 수준 높은 정치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뼈를 깎는 어려움을 겪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그들도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면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비록 정부가 무능하고 정치인들이 얼이 빠져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라도 버텨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5000년 역사상 모든 고난을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 강인한 민족이다.

임진왜란을 극복한 역사가 그렇고, 36년의 일제강점기도 꿋꿋이 견뎌온 백성이며, 해방이 되자 광명(光明))의 기쁨도 잠시 6·25 전란을 겪어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으나 그 잿더미 위에서 오늘을 가꾸어  온 나라가 아닌가.

금년이 기축(己丑)년 소의 해이다. 우리는 소를 닮고 소에게서 배우면서 이 고난의 길을 묵묵히 소처럼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이 먼 대한민국 암흑 같은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히려 남보다 앞서 나가 역사적 기회의 강에 닿기를 결심하면 어떨까. 누가 말했던가 “위기속에 기회 있다”고….

소는 우직하나 성실하고 온순하고 끈질기며 힘이 세나 사납지 않고 순종한다. 우리도 소처럼 참고 끈질기며 힘차게 나아가나 사납지 않고,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여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는 축복 받은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은 허리띠 졸라매고, 기업이나 노조도 상생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무장하고, 위정자는 정신 똑똑히 차려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국민이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려는 비장한 노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시련의 한해, 아니 시련을 극복하는 한해가 되어 후진국의 허물을 떨쳐버리는 계기로  만들면 좋지 않겠나.

어려운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시련의 해를 맞이하는 여러분에게 부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하면서, 평소에 애송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수를 드리고자 한다.

〈선인장〉사막에서도 나를 살게 하셨습니다. / 쓰디쓴 목마름도 필요한 양식으로 주셨습니다. / 내 푸른 살을 고통의 가시들로 축복하신 당신, / 피 묻은 인고의 세월 견딜힘도 주셨습니다. / 그리하여 살아있는 어느 날, /가장 긴 가시 끝에 가장 화려한 꽃 한 송이 피워 / 물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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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 2009-02-03 09:51:53
기축년 새해에는 여느해와달리 우리국민들이 소띠해의 근면함을 일깨워 열심히 정진하면 발전된 내일을 기약할수 있을것입니다. 사단법인 참사랑복지중앙회

허환 시민/객원기자 2009-02-08 13:01:40
우리는 너무 많은 걱정을 싸안고 살아갑니다.지금 몸이 불편해서,앞으로의 일이 걱정돼서,그러나 어제는 이미 지나갔습니다.그리고 미래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우리에게 정작 중요한것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위 글 잘받습니다.감사합니다.사단법인 참사랑복지중앙회 중앙회장 허 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