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산업은행의 매각협상 결렬로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매각 공고 이후 5개월 여를 끌어온 인수가 한화의 자금력 및 달라진 시장여건으로 좌초,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향배의 칼자루도 다시 산은이 쥐게 됐다.
산은은 일단 향후 대우조선 매각 일정을 정부와 협의해야 하지만, 경기 불황 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 중 재입찰을 다시 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또 당장 재입찰에 나서더라도 선뜻 사겠다는 기업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가격을 낮춰 팔더라도 하루 빨리 원매자를 찾아 대우조선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 값을 받고 파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지에 따라 대우조선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 산은의 경우 향후 재입찰에 들어가더라도 이번 협상에서 한화의 부족한 ‘자금력’으로 곤욕을 치렀던 만큼, 인수자금 조달 가능성 및 방법을 최우선순위에 놓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입찰자의 경영능력과 향후 발전계획, 특혜시비 불식, 향후 조선업계의 판도변화 가능성,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무산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해 8월 입찰 공고시점에 비해 조선업 경기가 나빠져 수주 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실정인데다 각 기업들의 올해 최대 목표가 생존 및 현금 유동성 확보로 돼있는 만큼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지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포스코의 경우 이구택 회장이 최근 CEO포럼에서 공식적으로 “대우조선 인수는 더 이상 흥미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달라”며 쐐기를 박은 상태다. 다만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대우조선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데다, 2월 이후 선임될 신임 CEO 및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소지는 있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현대중공업도 포커페이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장은 재입찰과 관련, 산은의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 데다 경영여건이 불확실한 만큼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최우선순위는 풍력설비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이며 그 정도의 자금력이면 신 성장동력 마련에 써야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의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대우조선 뿐 아니라 다른 금융 공기업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우조선이 재매각될 때까지 기업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경영 효율화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행보증금 몰취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산은은 매각 협상 결렬로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몰취할 방침이다. 만일 한화측이 이행보증금 몰취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이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화측은 매각 협상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수용하더라도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몰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여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이라는 빅딜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