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마을 ‘서두르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중요
영어마을 ‘서두르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중요
  • 변광용 기자
  • 승인 2009.0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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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포분교 리모델링해 체험형 영어마을 조성 오는 7월 개강 예정

거제시에 영어마을이 들어선다. 전국 지자체 중 16번째다(표 참조).

시민들은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올 7월 당장 시작을 위해 서두는 것 보다 ‘제대로 된’ 규모와 내용과 운영방식을 갖춰 인재교육, 조선산업 연계, 사교육비 절감 등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으로의 확대, 재검토가 필요한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폐교로 있는 국산초등학교 덕포분교를 리모델링해 ‘영어마을’ 을 조성한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7월 개강, 초등4 중1 대상 연 8,000면 입소

거제시에 따르면 영어마을은 2월중 공사에 착수, 6월까지 준공한 후 7월에 개강,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시와 교육청은 지난 4일 영어마을 조성 설명회를 제산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갖고 영어마을 위탁운영 사업자인 헤럴드미디어 측으로부터 영어마을 운영 개요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영어마을은 45인승 셔틀버스 3대를 운영하며, 매일 오전 8시30분 해당학교에 도착시키고, 오후 4시에 귀교시키며 매회 입소 정원은 100명 내외로 연간 최대 8,000명이 입소 가능하다. 입소비는 1인당 하루 1만원.

입소대상자는 교육청이 각 학교별로 입소 날자를 조정, 학교별로 입소시킨다.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반을 32주 운영하면서 공교육과 연계시킨다.

이밖에 대형조선소 근무자는 물론 일반인도 입소가 가능토록 일반인 과정을 개설해 1일 과정으로 연간 20회 운영한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말 반 18회, 방학캠프 8회, 방과 후 영어교실 1개월 과정 8회 등을 추가로 운영해 다양한 영어체험학습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운영비의 24%를 위탁운영 사업자가 부담하며 나머지 비용은 시가 지원한다.

해럴드미디어측은 “운영의 내실화와 수익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 시의 운영비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며 “잉여 수익금은 기초수급자의 참가비 무상 지원, 우수학생 서울영어마을 참가비 지원 등을 위한 사업에 전액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거제시 영어마을은 폐교된 국산초등학교 덕포분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다. 규모는 지상 2층, 부속동 1개 동으로 대지면적 4,978㎡, 건축연면적은 976.71㎡다. 시설유형은 통근·체험형이며, 호텔, 은행, 병원/약국, 해양, 선박 출입국관리소 등 14곳의 체험시설에서 영어를 익히게 된다.

사업비는 실시 설계비 4,300만원, 리모델링공사비 7억8,000만원, 운영비 5억500만원, 소요장비 구입비 1억6,500만원과 14억9,300만원을 연차적으로 들여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포장하고, 조경수도 식재한다.

시는 지난해 영어마을 위탁운영 사업자로 헤럴드미디어를 선정했고, 리모델링 공사는 2월에 착공, 6월에 준공할 계획으로 있다. 시는 본격 개강에 앞서 원어민 교사 등을 확보하고 시범운영을 거쳐 7월에 개강식을 갖고 본격 영어체험교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산업 수요, 사교육비 해소 등과 연동될 수 있어야

시의 영어마을 계획은 2005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창녕 영어캠프를 모델로 하고 있다. 창녕군은 지난 2005년 폐교된 한 고등학교의 기숙사 1,352㎡를 리모델링해 17개소의 영어 체험 교실을 설치한 영어캠프를 개강했다.

교육청이 운영하며 학교단위로 입소대상자를 정한다. 연 2,400명 정도의 초·중학생이 무료로 이 캠프를 통해 영어 체험을 하고 있다. 창녕군은 영어캠프에 5억~7억정도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창녕군 한 관계자는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걸로 나타나고 있다”며 “군의 특성상 학부모들의 영어교육 사교육비 부담 해소에도 일정정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제의 현실은 창녕군과는 판이하다. 세계 2·3위의 대형 조선산업이 건재하고 있고 이에따른 외국인 상주인구 역시 조만간 1만명에 육박할 추세에 있는 등 국제적 공업도시로 그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곳이다.

이는 창녕군과는 달리 영어 관련 그 수요의 잠재성이 폭발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거제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선산업 관련 수요와 영어교육의 연동, 이로인한 산업과 행정의 시너지 효과를 잘 구축해 내는 것은 창녕군과는 달리 거제시, 단체장의 역량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영어마을은 이같은 시너지 효과의 기반을 구축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만큼 시의 계획이 왜소하고 졸속적으로 비쳐지고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영어교육 관련 사교육비 부담 해소의 기대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 것 또한 거제시 영어마을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이다.

전교조 경남지부의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근거로 추산해 보면 거제시 사교육비는 연 700~8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방학을 이용한 고비용의 해외영어연수도 갈수록 큰 폭으로 늘고 있음이 현실이다. 교육의 부익부빈익빈의 구조화가 거제에도 점차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장평동의 한 학원 운영자는 “다수의 학부모들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자녀들의 영어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시의 현재 계획으로는 미치치 못할 것 같다”며 “20억원이 넘는 초기비용과 연 5억원이 넘는 운영비를 들일 거제시 영어마을이 자칫 실용성이 크지 않은 전시행정의 표본으로만 남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학원관계자는 “일단은 환영한다. 시작부터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는 만큼 점차 점차 수정, 보완, 확대해 갈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제시 영어마을은 결론적으로 ‘축소형 농촌형’ 사례를 ‘팽창형 국제적 공업도시’에 형식적으로 적용하려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논란에서 일단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숙박형·심화형·산업형 프로그램 도입, 검토 있어야

거제시 영어마을의 프로그램은 전부가 비숙박형이다. 규모있는 타 지자체 영어마을들이 숙박형을 통해 집중적인 영어체험 교육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될 수 있다. 숙박형의 장점은 교육의 질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의 계획에 따르면 초등4 년은 3일간, 중학 1년생은 2일간 등 하교 하며 체험교육을 받게 된다. 입소비는 초등학생 3만원, 중학생 2만원이다.

운영과 관련 학교별로 순환하다보면 의례적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물관 탐방, 수학여행식으로 영어마을 입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시는 주말반, 일반인 과정, 방학과정 등의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개의 프로그램을 나열하는 것 보다 집중·심화형 프로그램을 준비, 저렴한 비용으로 실질적인 영어교육의 장을 제공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신현읍의 한 학부모는 “영어 해외연수에 4-500만원 들고 유아, 초등학생의 영어학원비만 해도 매월 20만원에서 많게는 3-40만원까지 든다”며 “시가 영어마을을 조성하면서 이 부분까지 파고들어 다수 학부모들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까지를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말했다.

현재 시의 영어마을 계획으로는 숙박형·집중형·심화형 프로그램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영어수요가 많고 실제 생산현장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조선산업 관련 고민이 영어마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거제시 영어마을의 왜소성 및 졸속성으로 지적받고 있다.

조선소의 경우 직원들의 실질적인 영어교육이 절실한 만큼 양대조선소와 미리 협의하고 검토, 추진했다면 사업비 문제, 프로그램의 다양화·집중화·심화를 통한 실질적인 영어 교육의 장 조성 문제, 규모의 확대 문제 등에서도 훨씬 진일보한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손들기’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관내 조선협력업체 한 사장은 “시운전업체인 우리 회사는 외국인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영어를 모르면 일하기가 쉽지 않다. 조선소 일 거의가 그렇다. 자체적으로 영어강사를 초빙, 직원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키고도 했지만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영어마을에 조선산업 영어 수요에 대비한 산업형 교육시설이 준비된다면 이는 거제의 특성에 맞을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조선생산 현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거제시 영어마을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고 이에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용과 운영, 규모에 있어 발상의 전환을 포함한 점차적 보완, 개선, 확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거제시 영어마을은 형식적으로 거쳐 가며 예산만 낭비하는 ‘있으나마나한’ 전시행정의 한 사례로 남을 수도 있음을 시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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