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하고 가난한 해변
추하고 가난한 해변
  • 거제신문
  • 승인 20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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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규 칼럼위원

얼마전 친구들과 어울려 황덕도에 가게 됐다. 거제도에 부속된 칠천도에 딸린 섬이니, 섬의 섬의 섬인 셈이다. 봄철 물 때에 맞춰 개발(바닷가에서 어패류나 해초를 채취하는 행위)을 하기 위해 한나절을 황덕도 해변에서 보내며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하나는 엄청난 쓰레기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개발 할 것이 없을 정도로 메마른 해변의 어자원 때문이었다. 쓰레기 더미속에는 스티로폼 로프 그물 등 폐어구들 뿐아니라 페트병 고무장갑 비닐봉지 등 생활쓰레기까지 보태져 그야말로 쓰레기 박물관이었다.

사실 쓰레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누구 하나 치우는 사람은 없고 계속 쌓이기만 하니 그렇게 된 것이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어찌하여 우리 거제의 해변이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직장이나 집이 있는 시가지는 늘 깨끗이 하면서 정작 소중히 해야 할 가까운 해변이 쓰레기 천지라면 이는 마치 제 몸단장을 열심히 하면서 집안은 엉망으로 해놓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로 부끄럽고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지체없이 전담부서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는 한편 당해 지역주민과 어민들 뿐아니라 전 시민이 나서야 할 때다.

만약 해변의 그 많은 쓰레기들을 누군가의 책임으로 서로 미루고 그대로 둘 수 밖에 없다면 이같이 기막히고 슬픈 일이 있을까. 더구나 우리 거제는 ‘블루시티’를 구호로 하며 관광거제를 지향하고 있지 않은가.

관광객들이 거제의 빼어난 절경을 보러 왔다가 해안의 쓰레기를 보고 다시 오고 싶겠으며 또 그들이 돌아가서 무어라 말하겠는가. 우리 해변의 쓰레기 치우기가 화급하며 또 방치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덕도의 썰물이 진행되어 바닷물이 가장 많이 나갔는데도 개발간 우리는 갯바닥에서 별로 건질 것이 없었다.

함께 간 일행들의 불만의 소리가 터지자, 맨 처음 이곳으로 오기를 제안하며 개발거리가 많다고 큰 소리친 친구 김군은 연신 미안해 했다. 황덕도에서 자란 김군은 어릴 때의 갯가만을 생각하고 어장이 이 정도로 황폐해졌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결국 우리 일행은 거의 빈손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외딴 섬인 황덕도 해안의 어자원이 이처럼 고갈되었다면 거제의 다른 해안도 마찬가지 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해를 째깐 참았더니 오히려 더 잘 살게 됐당께요.”

타지역 어민들로부터 되사들인 치어를 방류하는 등 바다살리기 운동을 한 결과 어획고가 늘어나자 목포의 한 어민이 한 말이란다. 당장의 어획량 감소를 감수하면서 자율적으로 금어기를 설정하고 그물코를 늘려 치어를 보호하므로써 더 큰 보답을 바다로부터 받게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목포 어민들 뿐 아니라 동해안의 영덕 대게잡이 어부들도 작은 게와 번식기의 암컷은 그물에 잡힌 것도 바다에 놓아준다고 한다.

지난 16일자 모신문에는 마산 진동 앞바다에 ‘잘피(거제말로는 질피) 시험이식’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다. 잘피는 플랑크톤이나 치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어류의 산란장이요 서식처로서 어족자원을 풍부케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바다의 부영양화 물질을 흡수해 수질정화 기능도 하기 때문에 연안의 어자원을 가꾸는데는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나는 대우조선이 있는 아양리 바닷가에서 자라면서 잘피밭(질피깡)에 얼마나 많은 어패류가 서식하는지 생생히 체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를 가꾸기 위해 잘피를 심는 사람들이 부러운 것이다.

해안을 깨끗이 하고 어자원을 되살려 보호하는 간단하고 기본적인 일도 하지 못하면서 무슨 거창한 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일 뿐이다.

바다는 우리 거제사람의 삶의 일부분이요 젖줄이며 미래생활의 터전이 아닌가. 이런 바다를 저 꼴이 되도록 만들어 놓고도 방치한다면 거제사람들은 반드시 바다의 보복을 받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생각까지 든다.

‘바다는 돌볼 줄 하는 사람들에게만 보답한다.’ 이 불변의 사실을 명제로 삼는다면 어민들은 이제부터 좀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 절도있는 어로방법만이 어자원을 지키면서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또한 폐어구 등을 바다에 버리는 것은 자살행위 임을 자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난제(難題)를 풀기위해서는 모든 어민들이 합심하여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릴 줄 아는 어민들, 멀리 내다보고 연안의 어자원을 아끼고 가꿀 줄 아는 시민들만이 아름다운 해변과 풍부한 어자원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해변의 청소를 길거리 청소하듯 해야하고 연안의 어자원 조성을 도로변에 꽃을 심어 가꾸듯 해야 한다. 깨끗하고 풍요로운 해안 가꾸기- 그것은 우리 온 거제 시민들의 거역할 수 없는 의무요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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